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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마무리?' 이용찬의 서른,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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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앗긴 마무리?' 이용찬의 서른,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다시 시작이다' 두산 우완 이용찬이 29일 롯데와 홈 경기에 6시즌 만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친 뒤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잠실=두산)

     

    한국 나이로 서른에 보직이 변경됐다. 팀의 영광스러운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선발로 자리를 옮겼다. 스스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만큼 절실하다.

    두산 우완 이용찬(29) 얘기다. 이용찬은 28일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롯데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탈삼진 2피안타 2볼넷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의 4-1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6시즌 만의 선발승이다. 이용찬은 지난 2012년 9월 11일 롯데와 사직 원정 9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거둔 생애 첫 완봉승이 마지막 선발승이었다.

    이날 이용찬은 최고 구속 148km를 찍을 만큼 패스트볼에 힘이 있었다. 이날 투구수 84개의 절반이 직구였고, 장기인 포크볼(21개)을 비롯해 커브(15개), 슬라이더(6개) 등 변화구의 각도까지 예리했다.

    4회 손아섭에게 내준 1점 홈런이 유일한 실투였다. 144km 직구를 손아섭이 잘 노려서 때렸다. 이를 제외하면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손색이 없는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두산 이용찬이 29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잠실=두산)

     

    경기 후 이용찬의 표정은 살짝 복잡한 듯했다. 6시즌 만의 선발승이었지만 기쁨보다는 남은 시즌에 대한 굳은 각오가 더 묻어났다.

    이용찬은 "경기 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서) 긴장감에 아드레날린이 나온 것 같다"며 씩 웃었다. 그러면서도 "6시즌 만의 선발승이지만 남다른 감회는 아니다"면서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던졌기 때문"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지난해 이용찬은 두산의 마무리였다. 68경기 5승5패 22세이브 2홀드의 성적을 냈다. 다만 평균자책점(ERA) 4.40으로 다소 높았다. 특히 시즌 후반기 흔들렸고 결국 마무리 자리를 입단 동기 김강률에게 넘겨줘야 했다.

    2009년 구원왕(26세이브)이자 신인왕인 이용찬으로서는 다소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이용찬은 2010년에도 25세이브를 올리며 수준급 마무리로 활약했다. 물론 2011년 선발로 전환해 2012년 10승(11패)을 거둔 이용찬이다. 그러나 부상 이후 2014년 다시 팀의 마무리를 맡았고 상무에서 제대한 이후에도 지난해 두산의 뒷문을 책임졌던 이용찬이었다.

    '이젠 웃을 수 있습니다' 두산 이용찬이 29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6시즌 만의 선발승을 따낸 뒤 인터뷰를 마치고 미소를 짓고 있다.(잠실=노컷뉴스)

     

    이용찬은 "솔직히 마무리 (역할을) 잘했으면 선발을 안 했잖아요"라고 다소 자조적으로 말했다. 이어 "그런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만큼 절박한 심경이다. 이용찬은 "이제 여기서 못 하면 갈 데가 없다, 매 이닝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한 이닝, 한 이닝 내가 마무리 투수다, 다 내가 마무리짓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면서 "1회를 마치면 2회, 2회를 마치면 3회 그렇게 던졌다"고 강조했다.

    마무리와 선발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이용찬은 "아무래도 마무리보다는 선발이 부담은 덜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무리도, 선발도 힘든 점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포수 양의지는 "용찬이가 마무리를 할 때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공 1개마다 신중하게 던졌다"면서 "그러나 선발은 6이닝 3점 이내면 잘 하는 것이라 더 편하게 생각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용찬에게 생애 한번뿐인 신인왕을 안겨줬던 구원왕 타이틀. 그러나 30살에 접어든 올해 이용찬은 마무리에서 다시금 보직을 바꿔 선발 투수로 도전한다. 이용찬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알겠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용찬의 서른, 잔치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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