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승이다!' 대한항공의 세터 한선수가 마침내 챔피언 결정전 우승의 한을 풀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대한항공이 마침내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던 그들이 '만년 우승 후보' 딱지를 떼고 진정한 '우승팀'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원 사령관 한선수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0(25-22 25-17 25-20)으로 제압하고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다.
대한항공의 우승 원동력은 '우승 청부사' 박기원 감독 선임과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힌 밋차 가스파리니의 공격력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세터 한선수의 활약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한선수는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초기에는 김영래와 김영석에 밀려 빛을 내지 못했던 한선수는 2009~2010시즌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당시 리그에는 최고의 세터로 군림하던 최태웅(現 현대캐피탈 감독)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었지만 한선수는 그를 제치고 세트 1위(세트당 12.85)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시즌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놨다.
2013~2014시즌 개막전에 출전했던 한선수는 단 한 경기만 치르고 갑작스럽게 군에 입대하며 잠시 대한항공을 떠나 있었다. 그리고 성실히 군 생활을 마친 한선수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팀에 돌아왔다. 경험이 쌓인 그의 토스는 정확도와 스피드가 한결 나아졌다.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 역시 더 넓어졌다.
그러나 한선수에게도 늘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었다. 바로 '무관의 제왕'이라는 것이다. V-리그 최고의 연봉(5억원)을 받는 그였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는 단 한 차례도 품지 못했다. 대한항공 입단 이후 4차례나 오른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아쉬움이 더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이어 현대캐피탈에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며 우승을 다가섰다. 하지만 4, 5차전을 연거푸 패하며 안방에서 고개를 떨궜다.
한선수는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코트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진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눈물이었다.
단단히 벼르고 시작한 올 시즌. 그러나 생각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한선수는 대한항공의 부진 원인으로 꼽히며 부침을 겪었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가 마침내 만년 2위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그러나 역시 베테랑은 달랐다. 한선수는 노련한 플레이로 대한항공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상대를 블로킹을 속이는 토스로 공격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한선수의 적절한 공 배분에 대한항공 선수들의 공격력은 극대화됐다. 그리고 봄 배구 막차를 타며 다시 한 번 챔피언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한선수의 부활과 함께 대한항공도 힘차게 비상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며 현대캐피탈에 복수할 기회를 잡았다.
박기원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가스파리니와 한선수가 자기 컨디션대로만 해준다면 나머지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선수는 기대에 부응했다.
한선수는 지난 시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준우승에 그쳤던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기는 법을 깨우친 한선수의 토스는 거침없었다.
날카로운 서브도 돋보였다. 한선수는 2세트 16-13에서 연속 서브 에이스로 현대캐피탈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침착함을 잃지 않은 한선수는 마지막까지 코트 안에서 팀 운영을 책임졌고 결국 현대캐피탈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선수는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13표를 받아 가스파리니(9표), 곽승석(6표)을 따돌리고 챔피언 결정전 MVP에 등극했다.
최고의 선수로 불리면서도 만년 2위에 머물렀던 한선수. 꿈에 그리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고 레전드 반열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