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동5교 아래에는 수십년간 공동체 생활을 해오던 빈민들이 있었다. 헌옷을 주워 팔며 자활을 꿈꾸던 이들은 지난 2012년 강남구청의 강제철거 이후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CBS노컷뉴스는 당시 쫓겨났던 빈민들을 추적해 대책 없는 철거정책이 지난 5년간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명하는 3부작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넝마공동체는 수십년간 3천여명의 빈민을 자활에 성공시켜 사회로 내보낸 곳이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신연희 구청장이 이끌던 강남구청의 강제철거로 공동체가 해체된 뒤 구성원 상당수는 노숙인으로 전락했고, 자활의 꿈도 꺾여버렸다.
◇ 철거 이후 더해진 빈곤의 굴레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영동5교 아래 넝마공동체가 철거된 자리를 지켜보는 김금자 씨. (사진=고상현 기자/자료사진)
헌옷 가게를 열겠다던 김금자(67)씨의 꿈도 어느덧 까마득해졌다. 지난달 20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김씨는 "당장 지금 하고 있는 노점상도 돈이 불안정하다. 하루하루 사는 것도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번창하던 사업이 IMF 외환위기를 거쳐 부도가 나자 빚더미에 내몰렸던 김씨는 넝마공동체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었다. 그때는 헌옷을 수거해 분류한 뒤 파는 과정을 배우고, 다시 개인 명의의 사업을 시작할 것을 꿈꿨었다.
김차균(70)씨는 공동체 해체 이후에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보려 했지만 역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삼청교육대 출신'이라는 꼬리표 탓에 일용직 직업소개소에서도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넝마공동체에 있었을 때는 삼청교육대고 뭐고 따지지 않고 같이 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희망이란 게 있었다"면서 "지금은 죽지 못해 하루하루 살 뿐"이라고 했다.
◇ "지자체장 따라서 인권 박살날 수도"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없는 철거정책이 앞으로도 반복되진 않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도시 한쪽에선 여전히 빈민들이 무리 지어 살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의 자리를 우리가 너무 쉽게 없애버리고, 그걸 용인하는 게 추세가 됐다"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보낸다고 사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디론가 밀려날 뿐"이라고 꼬집었다.
집걱정없는세상 최창우 대표는 "돈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주거권은 인권의 문제인데 지금은 어떤 지자체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권이 박살이 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가 헌법과 법률을 통해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넝마공동체는 이렇게 끝났지만 당사자 중심의 자활공동체 모델은 외려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할 좋은 대안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안진걸 시민위원장은 "그렇게 되면 사람도 살고, 헌옷도 재활용되고, 정책적 문제도 해결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쓰지 않는 조그만 공유지가 있다면 수준에 맞게 임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