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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안되고 '어벤져스3'은 괜찮은 '독과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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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함도'는 안되고 '어벤져스3'은 괜찮은 '독과점 논란'

    관계자들이 짚은 '군함도'와 '어벤져스3' 스크린 독과점 온도차의 이유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의 개봉 첫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관객들에게 '군함도'는 불편했지만, '어벤져스'는 그렇지 않은 거죠." (전찬일 영화평론가)

    지난해 7월, 예매율 96.5%를 기록했던 영화 '군함도'는 개봉과 동시에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배정된 스크린 수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사상 최초로 2000개를 돌파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이 논란은 당시 영화계 최대 이슈였다. 영화감독 및 평론가 등 영화계 관계자들은 '군함도'를 정면에서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언론 역시 이 이슈를 두고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역대 최고 예매율부터 최다 스크린수 등 역대급 기록에 관한 이야기부터,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비판 등.

    그로부터 1년이 채 안 된 5월, '군함도'가 세운 역대급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영화가 나타났다. 바로, 할리우드 마블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다.

    개봉전부터 '군함도'의 최다 예매율과 예매량을 갱신한 '어벤져스3'은 개봉하자마자 '군함도'의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약 97만 명)을 또 한 번 넘어섰다.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일째 100만 관객부터 6일째 500만 관객 돌파까지 역대 최단 기간 돌파 기록을 보유한 영화들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개봉 8일 째인 2일, '어벤져스 3'은 역대 박스오피스 1위 '명량'보다는 느리지만 2위인 '신과 함께-죄와 벌'보다는 빠르게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렇게 화려한 신기록 행진 뒤에는 떳떳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또 다른 기록들이 존재한다. '어벤져스3'은 2553개로 역대 최다 스크린수, 77.4%로 역대 최고 상영 점유율을 기록했고, 49.8%의 역대 최고 스크린 점유율, 1만 3183회의 역대 최다 상영횟수를 세웠다.

    수치로만 따지면 '군함도'보다 더 많은 논란이 일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벤져스3'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군함도' 때와 달리,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지 않는 상황이다.

    개봉 전에 독과점 논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개봉 후 오히려 잠잠해진 상태이다. 오히려 오역 문제나 빠르게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흥행 성적에 더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조건인데도 다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 '군함도'의 친일 이슈 VS '어벤져스3'의 오락성

    전문가들은 애초에 이 두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핵심적인 이유로 꼽는다.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이슈 외에도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친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객의 외면을 받았지만, '어벤져스3'는 그저 오락성만으로 판단한다는 해석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군함도'는 엔터테인먼트에 이데올로기 가치가 중요한 콘텐츠였고, '어벤져스3'은 엔터테인먼트 가치로만 가는 콘텐츠다"며, "'군함도'는 친일이라는 불편한 이슈를 갖고 있었지만, '어벤져스3'은 그런 게 없으니 (관객들이) 엔터테인먼트로 즐기고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의 문제(조선인끼리의 갈등)를 제기한 '군함도'가 친일 영화 프레임으로 공격 당하면서 관객들은 이 영화에 불편함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어벤져스 3' 경우는 다른 나라 영웅 캐릭터이니 마냥 즐기고 끝나는 되는 거라, 심각한 (스크린 독과점) 이슈가 관객들 사이에서 그렇게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 논란 못 이긴 '군함도'와 논란 넘어선 '어벤져스3'…그 차이는 재미

    '어벤져스3'로 꾸준히 몰리는 관객수 역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잠재우는 요소이다. '군함도'는 97만 명에 달했던 오프닝 스코어와 달리 갈수록 흥행 속도가 떨어지며, 최종 600만 관객을 불러들이는 정도에 그쳤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혹평이 쏟아졌고, 그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영화의 '힘'(재미·매력)이 '군함도'에게는 부족했던 셈이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어벤져스3' 예매율을 지역별로 보면 대전에서 98%가 나온 시점도 있었다. 그 이야기는 어쨌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는 소리다"며 "스크린 독과점 이슈를 가진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예매율이 엄청나게 높다. 극장이 스크린을 많이 열어줘서 그렇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니 사실 관객들 입장에서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군함도'와 비교해 '어벤져스3'에서 줄어든 '스크린 독과점' 기사 생산량도 이같은 현상과 상호작용을 해서 일어난 결과다.

    김 분석가는 "여론과 언론은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물론 아직 상영이 전부 끝나지는 않았지만 '군함도'보다 적은 '어벤져스3'의 스크린 독과점 기사도 이번 스크린 독과점 이슈를 부각시키지 못한 데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 국내 영화는 견제 VS 할리우드는 관대하게

    영화계 내부 분위기도 '군함도' 때와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다. 내부 경쟁이 이뤄지는 한국 영화에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지만 외국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확실히 영화계 내부에서도 외국 영화에는 스크린 독과점 이슈에 대해 관대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그는 "'군함도' 당시에는 이 영화가 한국 영화였기 때문에 견제 차원에서 그랬는지 사안에 민감했고, 내부적인 비판도 상당했었다"며 "그래서 결국 류승완 감독과 그 아내인 강혜정 외유내강('군함도' 제작사) 대표가 각종 영화 협회를 탈퇴하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어벤져스3'에 대해서는 '스크린 독과점'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영화계 내부의 글이 없지는 않지만 극히 소수이다. '군함도' 때와 같이 뭉쳐진 하나의 목소리로는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 "관객 수요에 따른 공급" VS "그럼에도 '스크린 독과점' 규제 필요"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열광적'으로 좋다고 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의 수요와 무관하게 이제는 이에 대한 행정적 규제가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 때마다 극장들이 제시하는 논리는 하나다. 관객들의 사전 예매율이 90% 이상이다보니, 당연히 스크린을 많이 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평론가는 "관객들이 좋아하니까 25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을 여는 논리대로라면 2800개 전체 스크린을 관객 수요에 맞춰 모두 한 영화로만 틀어도 될 것"이라며 "산업 자율성에 계속 맡겼더니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다. 이런 시장 속에서는 예매율이 높은 대형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들은 최소한의 보호막도 없이 공생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시장이든 공정 경쟁과 공생을 위해 노력하는 측면이 있는데 유독 영화에만 그런 것이 부재하고 있다. 더 이상 업계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하게 나서서 스크린을 제한하고, 좌석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 영화 산업은 고작 2조 원짜리 규모지만, 할리우드가 그렇듯이 금전적인 가치만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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