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월 영유아에게 '찌끄레기'라고 부르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찌끄레기라는 말뜻을 영유아가 모르기 때문에 정신 건강을 해칠 위험이나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가 무죄 판단의 근거지만, 영유아의 특수성이나 피해 아동의 감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대법원이 최근 성희롱 교수 복직 판결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을 판단해야 한다"며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와 서모(37)씨, 임모(43)씨 등 보육교사 3명과 어린이집 원장 신모(4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2012년 3월부터 경기 부천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김씨 등 3명은 2016년 8월 2세(당시 생후 29개월)인 피해자에게 찌끄레기라고 발언하는 등 정서적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장 신씨는 김씨 등 보육교사들이 아동학대를 하지 못하도록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 등은 피해 아동에게 "이XX 먹는다. 선생님, 아휴~ 찌끄레기 것 먹는다"고 말하거나 "이 반 왜 이래 다들? 찌끄레기처럼 진짜. 야 한복도 없어, 내가 사줘?", "너 일어나! 야 너는 찌그레기! 선생님 얘기 안 들리니? 대답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찌끄레기 표현은 '찌꺼기'의 방언으로 어떤 사람을 지칭할 경우 그 사람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표현인 것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김씨 등의 표현이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칠 위험이나 가능성이 일어날 경우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범행 당시 피해 아동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만 2세 영유아로서 찌끄레기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도 잘 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피해 아동이 김씨 등이 공소사실과 같은 말들을 듣고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관해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심은 또 "김씨 등이 피해 아동에게 말한 경위나 김씨 목소리 높낮이 등에 비춰보면 김씨 등이 피해 아동에게 심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폭언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피해 아동이 정서적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김씨 등이 피해 아동에게 한 말은 언어 선택과 표현 방식에 있어서 '아동의 인격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말'에 해당하고 정서적 학대가 반드시 결과가 발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1심과 같이 김씨 등의 표현이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칠 정도의 정서적 학대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1,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해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