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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벤츠와 결별한 애플, 폭스바겐과 손잡은 이유

IT/과학

    BMW·벤츠와 결별한 애플, 폭스바겐과 손잡은 이유

     

    애플이 차세대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결국 폭스바겐과 손을 잡았다.

    BMW·메르세데스 벤츠와 2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 협상을 이어온 애플이 자동차 디자인과 자율주행 데이터 통제권을 넘기라는 요구를 거절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 독일 자동차 제조사와 손잡은 애플

    애플에 정통한 소식통은 애플이 여러 자동차 회사와 접촉한 끝에 최근 폭스바겐의 T6 트랜스포터(Transporter) 밴을 기반으로 임직원용 자율주행 셔틀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T6 트랜스포터는 폭스바겐의 6세대 최신형 밴으로 1950년 처음 미니버스 또는 화물용으로 개발됐다. 주로 유럽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트랜스포터는 90년대 중반 4세대 모델까지 북미 시장에서 판매됐지만 5세대 버전인 T5부터는 유럽 등 일부 시장에만 출시해오다 유로6 엔진을 얹은 T6를 중심으로 승객용, 화물용, 캠핑용 버전을 출시해 북미시장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포드 트랜짓이 경쟁 모델이다.

    애플은 2014년부터 차세대 먹거리로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인 '프로젝트 타이탄'을 비밀리에 추진해오면서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실리콘밸리 연구소 책임자였던 요한 융비르트를 비롯해 테슬라 모터스나 주요 자동차 메이커, 리튬이온 배터리 회사 등 전기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최고의 전문인력을 영입해왔다.

    프로젝트 책임자로 포드 엔지니어 출신이자 1999년부터 아이팟과 아이폰 개발에 참여한 스티브 자데스키 수석 부사장을 임명했지만 돌연 애플을 떠나자, 팀 쿡 CEO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한 때 '애플 신화'를 써내려 갔던 하드웨어 수석 엔지니어 밥 맨스필드를 불러들여 책임자로 임명했다. 맥북 에어와 아이맥, 아이패드,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줄곧 맡아온 그의 최신 대표작은 애플 워치다.

    애플은 당초 테슬라처럼 2020년까지 직접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으로 자동차와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전담 인력만 1천 여 명에 달했지만 전기차 생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며 수백 명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 우여곡절 끝에 구글 웨이모처럼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 전기차 개발 포기, 자율주행차 위탁 생산 선택

    애플은 독일 자동차 회사 외에도 닛산, 중국 BYD, 영국 맥라렌, 캐나다 마그나와도 파트너십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애플이 자동차 회사들과 잇달아 협상에 실패한 것이 자율주행차 개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테슬라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 않는 한 직접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10억달러를 투자한 디디추싱이나 우버, 리프트와 같은 차량공유 업체, 또는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테슬라가 자금난과 기술 문제로 모델3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판 테슬라로 주목 받은 벤처기업 페러데이 퓨처도 자금난으로 사실상 좌초 위기에 몰려있다.

    애플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모델인 '렉서스 RX450h'

     

    렌트카 업체 허츠로부터 임대한 55대의 렉서스 RX450h 자율주행차를 캘리포니아 주 공공도로에서 테스트 하고 있는 애플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폭스바겐의 T6 트랜스포터 밴 약 24대를 쿠퍼티노 본사 건물 사이를 오가는 임직원용 셔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디디추싱이나 우버 등 차량공유 서비스나 허츠와 같은 렌트카 업체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납품하거나 자동차 제조업체 또는 부품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정밀한 설계·생산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처럼 자체 설계 모델을 자동차 제조사에 OEM 형태로 위탁생산 하는 방식이다.

    그 첫 작품이 폭스바겐과의 협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과 폭스바겐은 이에 대해 함구했다.

    ◇ 폭스바겐, BMW·벤츠 보다 명품 이미지 낮지만 세계 최대 규모

    폭스바겐은 BMW·벤츠 보다 명품 브랜드 이미지는 떨어지지만 유럽 최대 고정밀 지도 회사인 '히어(Here)'를 공동 인수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차선과 정지선, 폭, 균열, 표지판, 신호등, 가드레일 등 도로 등의 정보를 센티미터 단위로 식별하는 히어의 클라우드 기반 고정밀 지도는 전 세계 1억 대 이상의 차량 내비게이션에 탑재되어 있을 정도로 막강한 점유율을 자랑한다.

    차세대 자율주행차는 배터리와 센서, 컴퓨팅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동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데이터 자산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2012년 네바다 주에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한 자동차 회사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가장 먼저 취득했다.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해 2020년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출시 할 예정이지만, '국민차' 폭스바겐 브랜드는 전기차 콘셉트카만 공개한 상태다. 애플과의 이번 협력으로 자율주행차 개발과 생산에 본격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 셈이다.

    애플과 폭스바겐이 자율주행 밴 생산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파트너십을 가져갈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첫 자율주행차 생산처로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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