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민. (대구=박종민 기자)
2011년 문선민(인천)은 특이한 이력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바로 오디션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지만, 남들과 달리 나이키의 세계 축구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7만5000명 유망주들과 경쟁 끝에 아르센 벵거, 거스 히딩크 등 명장들의 눈에 띄며 최종 8인으로 뽑혔다.
이후 스웨덴 3부를 거쳐 1부리그까지 올라갔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7년 인천에 입단해 조금씩 이름을 알렸고, 올해 14경기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깜짝 발탁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함께 스웨덴전 카드라는 짤막한 평가만 내렸다. 5월28일 온두라스전, 6월1일 보스니아전을 거친 뒤 23명 최종명단 합류를 노려야하는 상황이었다.
문선민은 온두라스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10분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뒤 왼쪽 측면에서 뛰었다. 후반 28분에는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뒤 수비수를 제치고 골문을 활짝 열었다.
A매치 데뷔전에서 터뜨린 데뷔골. 역대 33번째 데뷔전 데뷔골 기록이다.
하지만 문선민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골은 넣었지만, 잔실수가 많았다. 신태용 감독도 "처음 10분 정도는 긴장한 것 같다. 뭔가 보여주려고 열심히 하는 것은 좋았지만, 급하게 달려들었다. 미팅을 하면서 더 세밀하게 가다듬을 것을 이야기해줘야겠다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문선민도 "잔실수가 많았다. 의욕이 과했다. 더 편안하게 했으면 패스 미스가 없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면서 "얼떨떨하기보다 그냥 많이 아쉬운 경기였다. 골은 넣었지만, 경기력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감독님께서도 아무 것도 아닌 패스 실수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그걸 안 보여줘야 최종명단에 오를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한다"고 냉정하게 온두라스전을 돌아봤다.
골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골문 앞에서 수비수를 침착하게 제쳤다. 또 전방에서부터의 압박도 위협적이었다.
문선민은 "슛 타이밍이 아니라 슛 하는 척 한 번 접고 왼발로 때렸는데 운이 좋았다"면서 "전방에서부터 압박해서 상대 선수들이 못 풀어나오게 하는 것도 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보스니아전은 문선민에게 마지막 기회다. 데뷔전을 치른 만큼 의욕이 앞서는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문선민은 "마지막까지 집중을 하고, 더쉬운 패스와 컨트롤 잘 해서 선수들과 발을 잘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윙 포워드니까 저돌적인 드리블, 투지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실수를 더 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