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경력 이래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나선 손흥민은 기분 좋은 승리에도 남은 평가전에서 더 나은 모습으로 좋은 결과까지 얻어야 월드컵 본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종민기자
기분 좋은 출발. 하지만 손흥민(토트넘)은 들뜨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손흥민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승우(베로나)의 도움으로 후반 15분에 결승골을 꽂았고, 후반 28분에는 마찬가지로 A매치에 처음 출전한 문선민(인천)이 황희찬(잘츠부르크)의 패스를 받아 침착한 마무리로 골 맛을 봤다.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는 손흥민이지만 이 경기에서 처음 경험하는 주장 완장은 의미가 남달랐다. 대표팀 소집 후 처음으로 팔에 두른 주장 완장은 상당한 부담이자 동기부여가 됐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경기하는 것이 꿈이고 행복한 생각이었지만 주장 완장까지 차고 경기를 뛰는 건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라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로써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기)성용이 형이 얼마나 대단하고 잘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태용호’는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한 4차례 평가전 가운데 첫 번째 일정이었던 온두라스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마쳤다. 하지만 4년 전 생애 첫 월드컵에서 처절한 실패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만족할 수 없었다.
“선수들이 잘 한 건 칭찬해야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이 정도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손흥민은 “상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첫 경기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더 발전하고 손발을 맞춰가야 한다”며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을 앞둔 손흥민은 황희찬과 문선민(왼쪽부터), 이승우 등 나이 어리고 경험적은 선수들이 온두라스전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종민기자
온두라스전의 승리 기운은 4일 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신태용호’의 출정식이 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다시 한번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손흥민의 목표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의 출정식이었던 튀니지전 0-1 패배의 아픔을 떠올린 손흥민은 “출정식은 오늘 경기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경기력뿐 아니라 좋은 결과도 가져와야 한다. 이제 월드컵이 다가온다는 걸 축구팬에게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이승우와 문선민 등 A매치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었던 동료들에게 더욱 분발해줄 것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