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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감독’ 오소리오, 그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수첩 감독’ 오소리오, 그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멕시코 팬의 퇴진 압력에도 독일전 승리

'교수'라는 별명처럼 학구파로 유명한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경기 중에도 자신의 수첩을 자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오소리오 감독의 수첩이 결국 독일을 잡은 ‘비밀무기’였다.

콜롬비아 출신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부상으로 젊은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 후 미국에서 운동생리학으로 학위를 따고 잉글랜드로 넘어가 리버풀의 훈련을 몰래 지켜보며 전술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그리고는 미국의 작은 축구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지난 2015년 멕시코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브라질 축구클럽 상파울루의 지휘봉을 잡은 지 수개월 만에 멕시코를 이끌게 된 오소리오 감독은 전임 감독의 퇴진 이후 그저 스쳐 가는 감독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멕시코는 지난 2013년에만 3명의 감독을 갈아치우는 등 지난 2006년 아르헨티나 출신의 리카르도 라 볼페 감독이 물러난 이후 무려 13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정도로 지도자 교체가 잦았다.

멕시코와 인연도 딱히 없었다. 2011년 12월에 멕시코리그 푸에블라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불과 3달, 11경기 만에 2승2무7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저 ‘교수’라는 별명처럼 그는 빼곡히 적힌 수첩으로 더 유명한 감독이었다.

기대감이 크지 않은 감독이었지만 성적은 좋았다. 2015년 10월 부임 후 가진 첫 경기였던 엘살바도르전의 3대0 승리를 시작으로 2016년 8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8강에서 칠레에 0대7의 기록적인 대패를 당하기 전까지 9경기에서 8승1무로 패하지 않았다. 칠레전 완패로 멕시코는 A매치 무패기록이 16경기에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이 패배는 철저한 학구파로 알려진 오소리오 감독에게는 확실한 자극제가 됐다. 자신을 향한 열정적인 멕시코 축구팬과 언론의 사퇴 압박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준비를 이어나갔다.

그 결과 칠레전 참패 후 러시아월드컵 개막 전까지 멕시코는 22승8무7패, 60%에 육박하는 승률을 자랑했다. 앞선 감독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멕시코의 승률이다. 하지만 여전히 오소리오 감독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멕시코 축구팬, 언론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 평가전. 이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멕시코지만 당시 경기가 열린 에스타디오 아즈테카를 찾은 7만 관중의 일부는 여전히 오소리오 감독의 퇴진을 외쳤다. 부임 후 다양한 포메이션과 선수를 실험한 오소리오 감독을 불신하는 목소리였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멕시코 축구팬과 언론으로부터 인기가 없는 지도자다. 하지만 그가 이끄는 멕시코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오소리오 감독을 믿고 따른다.(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그럼에도 오소리오 감독은 성공적인 월드컵을 자신했다. 팬들의 반발과 달리 선수들의 신뢰는 상당했다. 멕시코의 대표 골잡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는 오소리오 감독을 ‘천재’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독일전을 앞두고 승리를 예고하며 멕시코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했던 그는 실전에서 자신의 호언장담을 현실로 만들었다. 경기 내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수첩을 꺼내놓고 경기를 지켜보며 독일의 약점을 무섭게 파고들었다. 오소리오 감독의 지시로 멕시코는 빠르게 움직이며 독일의 공격과 수비를 흔들었다.

실제로 결승골을 넣은 이르빙 로사노(PSV 에인트호번)은 멕시코 대표팀에서 가장 발이 빠른 선수로 독일전을 대비해 측면을 무너뜨리라는 특명을 받고 경기에 나서 멕시코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 모든 해법은 경기 중 오소리오 감독이 수시로 살피는 수첩 안에 적혀있는 비밀이었다.

앞선 6번의 월드컵에서 연이어 16강 진출에 성공한 멕시코지만 198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기록한 8강 진출 이상의 성적이 없었다. 오소리오 감독은 18일(한국시각) 독일전 승리 후 “오늘 우리가 독일을 꺾은 것처럼 선수들은 계속해서 축구와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모든 승리의 공은 선수들에게 갈 것이다. 만약 패한다면 모든 비난은 내가 받겠다”며 귀중한 승리를 따낸 선수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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