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이 끝난 이후 눈물을 참으며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로스토프=박종민 기자)
손흥민은 자신의 첫 월드컵 무대였던 2014 브라질 대회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무 1패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마지막 상대인 벨기에와 격돌했다. 축구대표팀은 이 경기에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리고 손흥민은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다독였지만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막내로 참여한 월드컵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던 손흥민. 4년 후 다시 나선 월드컵에서도 그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앞서 흘린 눈물의 의미와는 달랐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대2로 패했다.
2패로 16강 좌절 위기에 몰렸던 한국. 하지만 이어 열린 F조 경기에서 독일이 후반 추가시간 터진 토니 크로스의 득점으로 스웨덴을 2대1로 제압해 한국은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승패와 더불어 골득실까지 생각해야 하는 3차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한국은 비록 패하긴 했지만 멕시코전에서 귀중한 득점을 기록한 점이 다행이다. 그리고 이 득점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0대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골문 빈 곳을 노린 환상적인 왼발 슛으로 대표팀의 대회 첫 득점을 터트렸다. 멕시코의 세계적인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득점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이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0-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추격골을 넣고 있다. (로스토프=박종민 기자)
그러나 득점의 기쁨도 잠시. 손흥민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4년 전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다.
손흥민은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너무 죄송스러워서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울먹였다.
이제는 막내가 아니라는 책임감도 녹아있는 눈물이다.
손흥민은 "(기)성용이 형한테는 많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형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내가 나눴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나선 월드컵. 그러나 손흥민에게도 월드컵은 아직 부담감이 많은 대회다.
손흥민은 "아직도 월드컵이 무섭다.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황)희찬이와 (이)승우에게 많이 얘기해주려 하는데 월드컵은 참 쉬운 무대가 아닌 것 같다"며 "나도 이제 선수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자리에 왔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경험에서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남은 독일과의 경기. 쉽지 않은 상대와 승부를 펼쳐야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손흥민은 "아직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해보겠다. 해보고 안됐을 때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도 너무나 열심히 해준 동료들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