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꿈만 꿨던 독일전 승리에 눈물을 흘렸다. (카잔=박종민 기자)
"독일이 못했다고 생각하세요?"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은 독일 함부르크 유스를 시작으로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맹활약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입단했고,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시작이 독일이었기에 늘 월드컵에서 독일을 만나는 상상을 했다.
꿈은 현실이 됐다. 2연패 후 16강 진출의 실낱 같은 희망이 생긴 상황.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독일과 만났다.
그리고 손흥민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후반 추가시간 6분 쐐기골을 넣으면서 2대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의 꿈은 해피 엔딩이었고, 독일은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악몽을 꿨다.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독일전에서 승리한 뒤 "독일을 상대로 경기를 해보는 것이 인생의 꿈이었다"면서 "월드컵에서 독일을 만났다는 것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기고 싶었다. 독일에서 자라면서 많은 꿈을 키웠고, 독일 팀들에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독일을 이기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선수들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지난 월드컵 챔피언. 하지만 한국의 강력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말 그대로 한국이 잘했다.
손흥민은 취재진을 향해 "독일이 못했다고 생각하냐"고 물은 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은 계속 볼을 점유하고 있었고, 우리는 독일을 상대로 일단 수비를 해야 했다. 몸을 던져서 수비했고, 독일의 기회 때 (조)현우 형이 막아주면서 팀 분위기가 올라갔다. 그게 정말 컸다. 선수들이 정말 잘했고, 열심히 했고, 이기려는 의지가 더 강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계속 역습을 노리려고 했고, 선수들이 잘 인지해줬다"면서 "(주)세종이 형이 공을 빼앗아 길게 차줬다. 패스가 워낙 좋았다. 골키퍼 없는 골대 안으로 넣기만 하면 됐다. 세종이 형이 잘 뺏었고, 패스도 너무 잘해줘서 나는 뛰어가서 골만 넣으면 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독일을 격파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월드컵이다. 특히 초점을 맞추고 준비했던 스웨덴과 1차전 0대1 패배가 아쉽다.
손흥민은 "이기면 좋고, 계속 이기고 싶다. 좋지만, 아쉽기도 하다.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 능력을 세계에 다 못 보여준 것 같아 아쉽다"면서 "1, 2차전에서는 운이 없데 페널티킥을 먹은 것이 3골 중 2골이다. 수비수들은 너무 열심히 해줬고, 필드골은 1골만 내줬다. 그래서 아쉽다"고 말했다.
독일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또 눈물을 흘렸다. 멕시코와 2차전 후 아쉬움의 눈물이었다면 이번에는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동료들, 그리고 팬들을 향한 고마움이었다.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너무 컸다. 월드컵에서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그 부담감을 선수들이 다 나눠가져서 너무 고마웠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경기장에서 밖에 할 수 없었다. 고마워서 울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독일전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결장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값진 경험을 한 손흥민의 눈은 이미 4년 후 카타르 월드컵으로 향해있었다.
손흥민은 "월드컵은 아직도 무섭고, 두려운 무대다. 오늘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를 봐야 한다. 길게는 4년 후, 또 8년 후를 봐야 한다"면서 "이번 월드컵이 다가 아니다. 4년 후에는 더 멋진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