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얻었던 '기름손'이라는 오명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완벽하게 씻었다.(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축구는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하지만 때로는 상대 슛을 많이 막는 팀이 승리하기도 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잘 막아 8강에 진출했다.
러시아는 1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에서 연장까지 1대1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4대3으로 승리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연장까지 승부를 내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정규경기가 필드플레이어가 빛을 발하는 무대라면 승부차기는 오롯이 골키퍼가 승부를 좌지우지하는 주인공이다. 결국 러시아의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CSKA 모스크바)가 상대의 슈팅을 2개나 정확하게 선방하며 러시아의 8강행을 이끌었다.
과거 소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골키퍼였던 레프 야신의 뒤를 잇는 선수로 평가됐던 아킨페예프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한국전의 뼈아픈 실수로 ‘기름손’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을 얻어야 했다. 당시 이근호(울산)가 때린 슈팅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하지만 4년 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야신의 후계자’라는 평가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였다.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30분까지 120분 동안 수차례 선방쇼를 펼쳤던 아킨페예프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완벽하게 주인공이 됐다.
스페인이 승부차기에서 유리한 선축에 나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빗셀 고베)와 제라르드 피케(바르셀로나)가 차례로 아킨페예프와 승부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아킨페예프는 스페인의 세 번째 키커인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슛을 정확하게 방향을 읽고 그대로 공을 막았다.
그러는 동안 러시아는 모든 키커가 침착하게 슛을 성공하며 아킨페예프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했다. 아킨페예프는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의 슛을 막지 못했지만 마지막 키커인 이아고 아스파스(셀타 비고)의 슛은 몸을 날려 발로 걷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