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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름 블록버스터 女 캐릭터 실종사건

    8월 개봉 韓 영화 4편 중 핵심 역할 모두 남성 캐릭터
    여성 주연은 단 2명에 불과…"블록버스터 위한 여성 캐릭터 개발 시급해"

     

    극장가 성수기만 되면 한국 영화들에서 유독 보기 힘든 존재들이 있다. 바로 여성 캐릭터들이다.

    올해 8월 극장가에서 치열하게 흥행 경쟁을 벌일 국내 상업영화는 총 네 편. 강동원 주연의 '인랑' 개봉을 시작으로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 '목격자' 등이 순서대로 개봉한다.

    그러나 이중 여성 캐릭터들이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인랑'과 '신과함께-인과 연' 단 두 편 뿐이다. '인랑'에는 배우 한효주가 짐승으로 살아가는 인간병기 임중경(강동원 분)에게서 인간의 마음을 일깨우는 이윤희 역으로 등장하고, '신과함께-인과 연'에서는 김향기가 저승 삼차사 중 막내인 덕춘 역을 연기한다.

    남북 첩보영화인 '공작', 스릴러 영화인 '목격자' 등에서는 극을 이끄는 여성 캐릭터들이 전무하다. 그나마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두 영화들에서도 다른 중심 캐릭터들은 모두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캐릭터 성비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온전히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마치 불문율처럼 여성 영화들은 대체로 극장가 비수기에 개봉한다. 여성 캐릭터들이 남성 캐릭터들과 함께 주체적으로 활약한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은 모두 3월과 2월에 개봉했다. 최근 개봉한 '허스토리', '마녀' 등도 성수기 시작 직전인 6월 말 개봉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외에 박스오피스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성 상업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250만을 돌파한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는 국내에서 거의 제작되지 않는 여성 액션물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다. 국내 투자사들은 순제작비 60억 원인 이 영화에 흥행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는데 그 결정적인 이유는 여성 배우, 거기에 더해 신인 여성 배우를 원톱 주연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상당히 흥행이 보장되는 장르 영화 또한 여성이 원톱 주연으로 가게 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결국 '마녀'는 해외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사의 투자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100만 이상 흥행 영화 중 여성 주연영화의 비율은 최저 10%~최고 29%에 불과했다. 현재 여성 영화는 흥행 성패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한 수준으로 과소 대표돼 있다.

    흥행 리스크가 크다는 편견을 뚫고 어렵게 제작되는 영화들 또한 성수기를 노리고 개봉할만한 대형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아니다.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와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들은 저예산 독립영화, 중소 규모 영화 등에 그치지만, 남성 캐릭터들이 주류를 이룬 영화들은 대형 블록버스터급까지 제작된다.

    조혜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여름 성수기에는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개봉을 하는데 문제는 이들 장르 영화 안에서 여성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들어간 영화들이 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들이 성수기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여성 캐릭터, 소수자, 다양성 등을 다루는 영화들은 저예산이나 중소 규모로 제작되고, 남성 중심의 관습적 영화들은 블록버스터로 제작되고 있다. 성별에 따라 담당하는 이런 역할 구도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 제작이나 투자 단계에서부터 여성 캐릭터나 서사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는 업계 편견 역시 이 같은 영화 시장 구조 안에서는 악순환에 따른 결과물이다.

    조 프로그래머는 "애초부터 작은 규모로 제작해 비수기에 개봉하는데 성수기에 개봉하는 남성 중심 블록버스터 영화들만큼 흥행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독과점 구조 안에서는 중급 규모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아 여성 영화들이 흥행 기회를 잡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고질적인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 정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조 프로그래머는 "영화는 산업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공공성도 분명히 갖고 있다. 여성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공정한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시장 논리에 맡긴다면 투자사나 제작사도 편한 길을 찾게 되고, 관객들도 관성화돼서 변하지 않는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지원할 때, 여성 캐릭터의 비율, 여성 스태프들의 현장 고용 비율 등 다양성을 보장하는 차원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직접 상업영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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