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모두가 잠든 새벽, 비명소리를 듣고 베란다에 나간 '상훈'(이성민)은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신고를 하려던 순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의 아파트 층수를 세는 범인 '태호'(곽시양)와 눈이 마주치게 되는데…. 살인을 목격한 순간, 나는 놈의 다음 타겟이 되었다. (시놉시스 중)
유난히도 무더운 올 여름 한 편의 한국형 스릴러 영화가 찾아온다. 배우 이성민 주연의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이다.
영화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순간, 범인의 다음 타겟이 되어버린 '목격자'와 범인 사이의 추격을 그린다. 개봉은 15일.
영화 '목격자' 스틸 이미지. (제공 사진)
◇ 기민한 살인마와 무능한 공권력 사이 길 잃은 '목격자'대단지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이를 목격한 주민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목격자'의 메시지는 뚜렷해 보인다.
이른바 익명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대도시의 서늘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연대의 감수성을 회복하자는 외침.
극중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에 오롯이 대항해야 하는 주체는 어렵사리 마련한 집 한 채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소시민 주인공이다.
그 와중에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기민한 살인마보다 항상 두 발 늦는, 무사안일주의와 보신주의에 빠진 무능한 공권력이 부각된다.
뚜렷한 메시지와 달리, 이를 풀어내는 설득의 과정과 방식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리극 형식을 빌려와 주인공과 주민들의 속물성 등을 드러내는 초반 긴장감은, 극을 매듭지어가는 길목에서 개연성 부족과 진부함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동력을 크게 잃는 모양새다.
시종일관 기민한 살인마와 내내 무능한 공권력 사이에서, 그 시대를 살아내야만 하는 관객들은 과연 어떠한 삶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 영화 '목격자'는 이 물음의 해법 저 멀리에서 길을 잃고 방황한다. (이진욱 기자)
영화 '목격자' 스틸 이미지. (제공 사진)
◇ 일상의 공포가 사라지면서 중반부터 힘이 빠진다 영화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상의 공포'이다. 하지만 중반 이후 힘이 빠진다.
살인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주인공. 증언할 시 자신을 포함해 가족까지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빠지는 감정 상태를 중반까지는 긴장감 있게 그린다.
주인공의 집이 살인을 목격한 현장이고, 살인범이 목격자의 집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까지 인지하는 상황. 이로 인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주거 공간은 더 이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살인사건을 목격했을 때 '증언할 것인지, 방관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 딜레마는 영화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를 극대화하는 것은 이성민의 연기력이다. 이성민의 연기는 그동안 손현주가 장악한 스릴러물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중반 이후 급감한다. 작위적인 경찰의 무능력함, 투사가 된 주인공 등은 영화가 끝까지 안고 갔어야 할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공포감을 어느 순간 상실한다.
오히려 시작부터 끝까지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염려하는 아파트 주민들과 영화 말미 집을 얼마에 팔았는지를 묻는 부녀회장이 살인범보다 더 무서운 일상의 공포로 다가온다.(유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