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한 구본길과 오상욱 (사진 왼쪽부터) [사진=노컷뉴스]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오상욱(22·대전대)을 1점차로 제치고 아시안게임 정상에 등극한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는 짜릿한 기쁨만큼이나 후배가 누렸을 혜택을 방해한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됐다.
그래서 구본길은 울먹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감정은 후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
구본길은 20일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에서 오상욱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15대14로 이겼다.
이로써 구본길은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구본길은 4년 전에도 이 종목 결승에서 집안 싸움을 벌였다. 그때는 대표팀 선배 김정환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도 한국 선수끼리 금·은메달을 다퉜다.
마음을 비우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구본길은 눈앞에 찾아온 3연패 기회 앞에서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는 구본길은 4년 전에 이어 또 한번 선후배 대결에서 웃었다.
하지만 구본길은 후배 오상욱이 금메달을 땄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남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구본길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3연패 기록 때문에 (울먹) 저도 후회없는 게임을 하고 싶었다. 후배한테는 더 좋은 혜택이 있는데 지금 생각이 너무 (울먹) 기쁘지만 조금 마음이 안 좋다. 단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후배에게 꼭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초반 열세를 뒤집은 원동력은?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광저우, 인천 대회 다 뛰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큰 부담없이 단체전에 초점을 맞췄다. 막상 3연패라는 기록 앞에 서니까 다시 돌아가서 생각나는 경기보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을 비우니까 동작이 더 부드러워지고 경기가 더 잘 풀린 것 같다.
▲3연패의 의미는?
=솔직히 여기 오기 전까지는 큰 의미가 없었다. 펜싱에서는 2연패도 했었고 다 뛰어봤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막상 여기 오고 주변 사람들도 내게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까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지난 2년간 크게 긴장한 경기가 없었는데 최근 2년동안 가장 긴장한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4년 전 한국 선수끼리 맞대결 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그때는 부담이 없었다. 정환이 형도 그랬고 서로 멋있는 경기를 하자고 했다. 이번에는 후배가 금메달을 땄다면 후배에게 더 좋은 길이 열렸을텐데 그런 게 좀 걸리긴 했다. 그래도 마음 속에 후회를 남기는 경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단체전에서는 개인전보다 더 모든 걸 쏟아부어 꼭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