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레슬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안게임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90kg 결승전에서 조효철이 금메달을 확정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출전과는 인연이 없었고 세계선수권에도 한 차례 밖에 나가보지 못했다. 체급을 바꿨지만 이후 무명 생활이 길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라선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 조효철(32·부천시청)은 아내와 딸 앞에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조효철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97kg급 결승에서 디 샤오(중국)을 5대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극적인 승리였다. 조효철은 1대4로 뒤진 경기 중후반 한순간에 들어간 엉치걸이 기술로 상대를 쓰러뜨려 단숨에 4점을 뽑았다. 이후 버티고 또 버텨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금빛으로 장식했다.
이번 대회에서 누구도 조효철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힘과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중량급에서 한국 레슬링은 늘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조효철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생각에 초청한 부모님과 아내, 3살 된 딸 앞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8강전 도중 이마가 찢어졌지만 붕대를 감고 통증을 참아 결국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다음은 조효철과의 일문일답.
▲ 금메달을 획득한 소감은?
=너무 좋다. 꿈을 이룬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 우승의 원동력은?
= 가족이다. (2년 전에) 딸이 태어났기 때문에 (아빠가) 놀면서 운동하면 안될 것 같아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포기하고 싶어도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 그게 잘 안된다.
▲ 딸에게 아버지가 어떤 선수였다고 말하고 싶나
=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냥 아버지가 운동했다, 레슬링만 했다가 아니라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고 좋은 성적을 내서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막판 공격이 극적이었다
=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후회하기 싫었다. 기술도 못 써보고 지면 안될 것 같아 되든 안되든 써봤던 것이 잘 넘어갔다.
▲ 눈 부상은 어떤가
= 잘 모르겠다. 선수촌 들어가서 꿰메야 한다고 하더라.
▲ 역전 후 마지막에 어떻게 버텼나
= 진짜 죽을 뻔 했다. 똥 쌀 뻔 했다(웃음). 시간도 진짜 안 가고, 마지막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 아내와 딸을 초청했는데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나
=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앞으로 나보다 더 훌륭한 후배들이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
=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항상 졌다. 내 인생에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도전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 누구도 예상 못한 금메달이다
= 독기를 품었다. 중량급은 솔직히 힘든데 지고 싶지 않았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