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여서정(사진 왼쪽부터) 부녀가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아빠가 자카르타에 같이 계셔서 더 힘이 났던 것 같아요"
여서정(16·경기체고)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한국 기계체조의 전설 여홍철(47) 경희대 교수는 32년만에 한국 여자 체조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딸을 자랑스럽게 지켜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한국 체조의 역사이자 미래 여홍철과 여서정 부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여서정은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한국 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아버지 여홍철 교수와 나란히 자리했다.
여서정은 지난 23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1998년 방콕 대회에서 남자 도마 우승을 차지한 여홍철 교수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딸도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처음으로 한국 여자 체조 금메달리스트가 된 여서정은 "32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나와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빠가 제 경기를 해설했다고 하시는데 아직 못 봤다. 아빠가 자카르타에 같이 계셔서 더 힘이 났던 것 같다. 힘들 때 옆에서 다독여주시고 위로해주셔서 항상 잘 견뎌왔던 것 같아 너무 고맙다"고 아버지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자카르타에 머문 여홍철 교수는 딸이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여서정은 우승 이후 차분하게 소감을 말하다가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다는 취재진의 말을 전해듣고 울먹이며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여홍철 교수는 아버지가 아닌 한국 기계체조의 대선배로서 여서정의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그는 "'여서정 선수'는 지금 출발점에 서 있다. 세계선수권과 도쿄올림픽, 다음 아시안게임까지 계속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지켜봐주고 서포트해주는 것 밖에 없다"며 "가능성은 무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아버지와 딸은 코리아하우스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느라 분주했다.
마지막으로 여서정은 아빠에게 올림픽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다. 여홍철 교수는 마치 자신이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