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지화자 좋다"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인 서울 잠실올립픽주경기장에 국악 장단과 추임새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로 돌아온 방탄소년단과 그들을 만나기 위해 모인 팬클럽 '아미'(ARMY)가 함께 만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방탄소년단은 26일 '러브 유어셀프' 서울 공연의 포문을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 '아이돌'(IDOL)로 활짝 열었다. '아이돌'은 트랩 기반 랩과 EDM 소스가 어우러진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곡으로, '얼쑤' '지화자' 등 익숙하연서도 신선한 국악 추임새가 가미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리더 RM에 따르면 재미삼아 넣어본 추임새가 실제로 곡에 반영됐고, 자연스럽게 '코리안 스웨그'가 물씬 풍기는 곡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번 신보 작업 자체가 그랬다. 리패키지 앨범으로 2년 반 동안 이어진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마무리 지은 방탄소년단은 "'아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앨범"을 만들었고, 그렇게 완성한 앨범으로 북미, 유럽, 일본 등 16개 도시에서 33회 공연하는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를 펼친다.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서울 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은 '아이돌'을 비롯해 '트리비아 기: 저스트 댄스'(Trivia 起 : Just Dance), '트리비아 승: 러브'(Trivia 承 : Love), '트리비아 전: 시소'(Trivia 轉 : Seesaw), '에피파니'(Epiphany), '아임 파인'(I'm Fine), '앤서: 러브 마이셀프'(Answer : Love Myself) 등 신곡 7곡의 무대를 첫 공개했다. 멤버들은 따로 또 같이 등장해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와 7인 7색 매력이 묻어난 무대를선보여 공연장을 가득 메운 4만 5천여 명의 관객을 열광케 했다.
공연에는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가 그대로 녹아 있었다. '기승전결' 구조에 따라 사랑에 빠지기 직전의 감정을 노래한 곡으로 시작돼, 사랑이 시작되어 가는 풋풋한 감정, 운명적 사랑을 만난 황홀한 순간, 사랑이 거짓이었다는 걸 깨달은 뒤의 아픔을 노래한 곡이 차례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엔 수많은 모습의 자아 속에서 나를 찾는 유일한 해답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내용의 곡으로 마무리 되는 스토리텔링 구조가 확실한 공연이었다.
중간 중간 히트곡 무대도 버무려졌다. '아이 니드 유'(I NEED YOU)와 '런'(RUN)을 부르는 순간에는 4만 5천여 명의 관객이 모두 일어나 '때창'을 벌이는 장관이 연출됐다. 방탄소년단이 이동카를 타고 공연장을 돌며 '흥탄소년단'부터 '진격의 방탄', '불타오르네', '뱁세', '쩔어'로 이어진 메들리송 무대를 펼칠 때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도 오늘이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지민) "강수 확률이 80%였는데 비가 안 왔어요. 저희와 '아미'가 만나는 날은 하늘이 돕는 것 같아요"(진) "마지막까지 서로 의지하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뷔) "즐길 날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즐기면서 앞으로 나아갑시다"(슈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다음에는 더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정국), "주경기장을 가득 메워준 '아미' 여러분께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저 스스로를 '러브 유어셀프'하게 되네요. 여러분들도 모두 '러브 유어셀프' 하세요"(제이홉) "2018년 여름에서 가장 좋았던 날로 죽을 때까지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입니다"(RM)
이날 공연은 약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방탄소년단은 앵콜곡으로 '쏘 왓'(So What)과 '앙팡맨'(Anpanman)을 부른 뒤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소감을 밝혔다. 2천석 규모 공연장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에서 이틀간 총 9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최고 인기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과 함께 기적의 순간을 함께해준 '아미'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 곡으로는 '앤서 : 러브 마이셀프'를 택했다. 방탄소년단은 이 곡을 부른 뒤 무대 중앙에 모여 관객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건넸다. 일곱 멤버는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고마워요" "사랑해요"를 외치며 팬들을 감동케 했다. 팬들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축제의 날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