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어요' 삼성생명 여자 탁구단 김지호가 4일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탁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포스코에너지를 꺾은 뒤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구리=노컷뉴스)
실업 초년생이 국가대표 에이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9년 만에 부활한 실업탁구리그에서 소속팀을 정상에 올렸다. 귀화 선수가 아닌 토종 차세대 에이스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김지호(19·삼성생명)는 4일 경기도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포스코에너지에 거둔 3 대 0 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효주와 짝을 이룬 1복식에 이어 2단식까지 승리를 거두며 완승의 발판을 놨다.
챔프전 2승1패를 거둔 삼성생명은 우승컵을 차지했다. 종별대회까지 올해 2관왕이다.
삼성생명은 1복식에서 김지호-최효주가 전지희-유은총에 3 대 2 역전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세트 스코어 2 대 2에서 맞은 5세트 8 대 9로 뒤진 가운데 최효주가 회심의 백핸드 푸시로 동점을 만들었고, 10 대 9로 앞선 상황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진 2단식에서는 김지호가 맹활약했다. 상대는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귀화 선수 전지희. 이전까지 김지호는 두 번 맞붙어 모두 전지희에 졌다.
하지만 김지호는 세 번째 대결에서는 달랐다. 1세트를 과감한 공격을 앞세워 11 대 8로 따내며 이변을 예고했다. 전지희는 2세트를 11 대 5로 잡으며 자존심을 세우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3세트 김지호가 다시 힘을 냈다. 2 대 2로 맞선 가운데 드라이브를 잇따라 성공시켜 7 대 2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당황한 전지희가 실책을 범하며 경기가 마무리됐다. 기세가 오른 삼성생명은 최효주가 3단식에서 최정민을 3 대 0으로 완파해 우승을 결정지었다.
'잡았다' 삼성생명 김지호가 4일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탁구리그 포스코에너지와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국가대표 에이스 전지희를 상대로 공격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구리=더 핑퐁 제공)
경기 후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은 "김지호가 큰 일을 해줬다"면서 "복식에 이어 단식까지 잡아주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사실 어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매섭게 혼을 냈더니 울더라"면서 "이후 '다시 힘을 내자'고 격려해줬더니 살아났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적극적인 공세가 승인이었다. 유 감독은 "김지호는 백핸드가 좋아 돌아서서 공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뒤로 돌아서서 포핸드로 공격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먹히면서 전지희가 당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지호의 승리는 한국 여자 탁구를 위해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전지희, 최효주 등 귀화 선수들의 비중이 높았던 여자 대표팀에 차세대 토종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사실 그동안 저변이 취약해 서효원(한국마사회), 양하은(대한항공) 이후 국내 선수의 성장이 더뎠다"면서 "이런 가운데 김지호가 국내 최강 전지희를 꺾은 점은 향후 대표팀에도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호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랭킹 1위를 달린 차세대 중 선두 주자라는 설명이다.
경기 후 김지호는 "사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허리 디스크로 훈련이 부족했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결승전인 만큼 이번에는 그런 생각 없이 똑같은 조건으로 다짐하고 들어갔다"고 승인을 설명했다. 이어 "지희 언니와 대결도 떨렸지만 이겨내자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미소를 지었다.
향후 포부도 밝혔다. 김지호는 "유은총, 양하은 언니 등이 있지만 차세대 토종 에이스에 내가 언급되면 기분이 좋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2020년 도쿄, 혹은 4년 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보완해야 할 점도 적잖다. 사실 전지희는 이틀 전 대상포진이 걸려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상황.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경기 후 "전지희가 2경기나 뛰면 안 되는데 내 욕심이 지나쳤다"고 자책했다. 김지호가 다음 번 대결에서도 전지희를 꺾을지 미지수인 이유다. 김지호는 "지구력과 백핸드가 좋지만 스피드가 좀 떨어진다"면서 "전지희 언니의 좌우 공격이 예리한데 스피드를 보완해 막아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