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가 코너 맥그리거(30, 아일랜드)를 4라운드 3분 3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꺾었습니다."
옥타곤 위에서 승자 공식 선언을 하는 장내 아나운서 브루스 버퍼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의 양 옆으로는 승자 하빕과 패자 맥그리거가 나란히 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옥타곤은 텅 비어 있었다.
하빕은 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5분 5라운드)에서 맥그리거에 4라운드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 초크)을 거뒀다.
극강의 그래플링을 앞세워 맥그리거를 꼼짝 못하게 했다. 종합격투기 무패기록(27전 무패)을 이어갔고, 1차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챔피언 벨트를 받지 못했다. 경기 직후 양측 간 집단 난투극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승부가 결정된 4라운드. 하빕은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맥그리거에게 탭을 받아냈다. 그러나 하빕은 환호하는 대신 마우스피스를 옥타곤에 내동댕이쳤다, 이어 케이지를 넘어 관중석에 있던 맥그리거 주짓수 코치 딜런 데니스에게 주먹을 날렸다.
곧이어 하빕 쪽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관중석에서 옥타곤으로 난입해 맥그리거의 등 뒤쪽을 공격했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이 커지자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중재자로 나섰다. 맥그리거에게 일단 경기장을 떠나라고 한 뒤 하빕에게는 "지금 챔피언 벨트를 차면 관중석에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지 모른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참동안 격앙된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못하던 하빕도 잠시 후 퇴장했다. 하빕이 통로를 빠져나가자 일부 관중은 각종 오물을 투척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아일랜드 팬이 다수 입장했다.
이날 난투극에 대해 존 아닉과 조 로건 UFC 해설원은 "난장판이다. 너무도 실망스럽다"고 했다. 화이트 대표는 "다행히도 맥그리거는 다치지 않았다. 경기 후 난투극이 아니라 이날 경기 때문에 속상해한다"며 "하빕 쪽 관계자 3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1차 방어를 서브미선승으로 장식한 하빕이 왜 분노하며 주먹을 날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