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뷔가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화관문화훈장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더할나위 없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아이돌그룹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문화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다만, 시상식 현장을 찾은 이들의 동반자 '아미'(ARMY·팬클럽)의 아쉬운 관람 매너는 '옥에 티'였다.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현장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열기는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뜨거웠다. 레드카펫에 오르는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한 3~400여 명의 팬들이 두세 시간 전부터 올림픽홀 앞에 운집했기 때문이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북미 투어와 유럽 투어를 마치고 이날 오전 금의환향한 방탄소년단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 팬들의 환호 속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상식장 안 열기 역시 후끈후끈했다. 2, 3층 객석 대부분은 방탄소년단 팬들이었다. 이들은 공식 응원봉인 '아미 밤'(ARMY BOMB)을 손에 들고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렸고,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열광적인 환호성을 질렀다. 이 같은 모습은 시상식이 시작된 이후 멤버들의 얼굴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반복됐다.
방탄소년단이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방탄소년단은 그야말로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방송인 전현무는 수상 소감을 밝히며 "대기실에서 BTS를 보고 정신이 몽롱해졌다"고 말했고, 마찬가지로 국무총리표창을 배우 손예진은 수상자 중 밥 사주고 싶은 이가 있느냐고 묻자 BTS를 꼽으며 "인원이 너무 많이 고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배우 이순재 역시 방탄소년단을 언급했다. 이순재는 "방탄소년단이 늘 전투복 입고 노래하는 줄 알았다"고 웃으며 "오늘 보니 너무 잘생겼다. 너무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방탄조끼 안 입어도 되겠다"고 말하며 방탄소년단을 추켜세웠다.
여러모로 주목을 한몸에 받은 방탄소년단은 이날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김영진 연예제작자협회장, 이자연 가수협회장으로부터 화관문화훈장을 수여 받았다. 이들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200' 차트에서 두 차례 1위에 오르는 등 K팝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아이돌 그룹 중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날 멤버들은 한 명씩 차례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장 먼저 리더 RM은 "모든 영광을 '아미'에게 돌리겠다"고 했다. 이어 진은 "해외에 자주 나가는데 많은 분이 한글로 저희 노래를 따라 불러 주시고 한글 공부 많이 했다고 자랑하실 때마다 굉장히 뿌듯했다"며 "앞으로 우리문화를 알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뷔는 "지금 이 마음속에 있는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가족들이 정말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며 "제가 표현을 잘 못하는데 '아미'분들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여기 계신 분들 부디 좋은 날만 가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이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화관문화훈장을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슈가는 "가문의 영광이다. 올 한해 많은 일이 있었다. '빌보드200' 1위, 아메리칸뮤직어워드, 유엔 연설, 그 와중에 훈장까지 받아 정말 뜻깊다"고, 지민은 "함께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상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존경하는 선배들처럼 사람들에게 더 좋은 영향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정국은 "이 상은 저희한테 많이 과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겠다"고, 제이홉은 "한국 대중문화의 희망이 되어가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앞으로도 멋진 활동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이 또 한 번 K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 '옥에 티'는 일부 '아미'들의 아쉬운 관람 매너였다. 이날 시상식은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주최 측은 사전 등록된 취재진에게만 내부 촬영을 허가했고,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관객에게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재차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아미'들은 이른바 '대포 카메라'를 들고 불법 촬영을 했다. 현장 스태프들의 잇단 제지와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플래시를 터뜨려댔다. 방탄소년단이 수상 소감을 밝히는 순간, '비매너' 행동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더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 통로까지 가로 막고 촬영을 했다. 현장 스태프들이 '통로를 막으시면 안 된다'며 질서를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였다.
사진 왼쪽에 서 있는 스태프를 비롯한 여러 명의 스태프가 수차례 제지와 만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촬영은 계속됐다.
시상식이 끝난 직후 통로를 가로막고 촬영 중인 관객들. 이들 중 대다수가 방탄소년단 팬들이었다.
한 현장 스태프는 '오늘 시상식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는 것 아니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팬들에게 계속해서 제지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탄소년단이 이날 오전 인천공항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때 일부 '아미'들은 'BTS와 ARMY는 서로를 보호합니다', '카메라 말고 마음에 담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아티스트 보호 캠페인을 벌여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시상식장에서 일부 팬들이 보인 비매너 행동은 같은 날 오전 펼친 캠페인을 무색하게 했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눈부신 활약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는 '글로벌 아이돌'로 거듭났다. 향후 '글로벌 아이돌'에 걸맞은 성숙한 팬 문화 정착을 위해 더 많은 '아미'들이 노력을 기울여 주길 기대해 본다.
방탄소년단이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