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트레이 힐만 감독(사진 왼쪽)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우승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는 김민 매니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SK 와이번스)
"옆에 계신…"
SK 와이번스 구단에서 감독 통역을 맡고 있는 김민 매니저는 한국시리즈 우승 기자회견에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인터뷰를 전하다가 복받쳐오르는 감정 때문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힐만 감독은 "2년동안 한국에서 경험한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환상적이었다. 팬과 선수, 선수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한 뒤 옆 자리에 앉은 김민 매니저를 바라보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자신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를 직접 통역해 전달하기가 보통 쑥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힐만 감독의 말을 모두 들은 김민 매니저는 잠시 머뭇거리다 통역하기 시작했다.
김민 매니저는 힐만 감독의 말을 전할 때 주로 경어체를 사용한다. 평소 습관대로 하다보니 힐만 감독이 "옆에 앉아있는 매니저"라고 한 말을 "옆에 계신"이라고 통역해 전하다가 스스로 웃음이 터졌다. 취재진도 함께 웃었다.
이후 김민 매니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힐만 감독의 진심어린 감사의 말에 감동한 것이다. 힐만 감독은 김민 매니저에게 "계속 통역해야지"라고 장난을 걸며 어깨를 감싸 안았다.
힐만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만에 SK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끝난 2018시즌 KBO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연장 13회 접전 끝에 5대4로 따돌리고 최종 전적 4승2패로 승리했다.
힐만 감독에게는 SK 유니폼을 입고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 SK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은 힐만 감독은 재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미국에 있는 고령의 아버지를 부양하고 싶다는 이유로 정중히 고사했다.
선수들은 힐만 감독에게 마지막 선물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했고 정규리그를 압도적으로 제패한 두산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힐만 감독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정말 미친 경기들이 많았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낸 모습은 평소 그들이 팬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야구로 표현한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또 힐만 감독은 두산에 대해 "정말 훌륭한 팀이다. 경의를 표하다"고 치켜세웠고 SK에 대해서는 "2년동안 SK 가족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순위로 따질 수 없을만큼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