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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1할타자 MVP' 가을의 전설을 쓴 SK 한동민

    한국시리즈 타율 0.190…1984년 롯데 유두열 이어 첫 1할대 MVP
    1차전 결승 투런홈런에 이어 마지막 6차전 연장전 결승포 쾅!
    1년 전 가을야구 지켜보기만 했던 한동민, SK 4번째 우승 이끌어

    SK 한동민이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 제공=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진출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지만 한동민(29)은 가을야구를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2017시즌 막판에 당한 발목 부상 때문에 경기에 뛸 수 없는 처지였다. 대신 WC 결정전이 열린 NC 다이노스의 홈 마산을 깜짝 방문해 동료들을 격려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SK는 NC에게 졌고 한동민의 가을도 쓸쓸히 지나갔다.

    한동민은 2018시즌 당당하게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정규리그에서 타율 0.284, 41홈런(리그 5위), 115타점(리그 6위)을 올려 SK 거포군단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한동민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첫 홈런을 기록하기 전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슬럼프 때문에 타순이 2번에서 7번으로 조정되기도 했다.

    한동민은 "고개를 못 들고 다닐 정도였다. 주위에서 위로를 많이 해줘 그게 더 짜증났다. 내가 더 작아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힘들었던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한동민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연장전 끝내기 홈런을 때려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SK는 2점차로 앞선 9회초 2사에서 박병호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맞았고 연장 10회초 1점을 더 내주면서 패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강민과 한동민의 10회말 연속타자 솔로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자신감은 한국시리즈 첫 경기 첫 타석으로 이어졌다. 올해 잠실 홈경기 9이닝당 피홈런 비율이 0.77개에 불과한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1회초 선제 결승 투런홈런을 때렸다. 끝내기포와 결승포로 포스트시즌 연타석 아치를 장식한 것이다.

    한동민은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나고 "올해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다. 플레이오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결과가 안 좋아 위축되고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심리적으로 압박이 컸는데 한국시리즈에 올라와서는 긴장이 별로 안된다"고 말했다.

    한동민의 자신감과는 달리 상승세가 계속되지는 않았다. 한동민은 결승 홈런을 때린 1차전 첫 타석 이후부터 잠실 6차전 연장 13회초 마지막 타석 전까지 타율 0.105(19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거포는 '한방'으로 말한다. 한동민은 6차전 승부를 결정짓는 연장전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덕아웃 앞에서 제이미 로맥과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치며 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SK는 5대4로 이겼고 최종 전적 4승2패로 승리해 8년만에 처음이자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홈런 2방으로 한국시리즈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한동민에게 시리즈 타율 0.190이라는 다소 저조한 성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생애 처음 경험한 한국시리즈에서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한동민은 "우승 장면을 TV로만 봤고 다른 팀이 하는 것만 봤다. 진짜 하게 되니까 그 이상으로 좋았다. 정말 처음에는 꿈인 것 같았다. (김)광현이 형이 마지막 삼진을 잡았고 뛰어가는데 외야수라 그런지 빨리 가서 부둥켜 안고 싶은데 거리가 안 좁혀지더라(웃음). 하루종일 뛰는 것 같았는데 결국 도착해서 우승을 만끽했다"고 말했다.

    한동민의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합산 타율은 0.167에 불과했다. 총 7개의 안타 생산에 그쳤다. 하지만 7안타 중 홈런이 4개였고 그 중 3개는 SK를 프로야구 정상에 올려놓은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한동민은 한국시리즈 6차전 결승홈런을 친 소감으로 "최정 형의 (9회초 동점) 솔로홈런이 컸고 투수들이 연장전을 잘 막아줘서 내게 기회가 왔다"고 했다.

    1년 전 가을야구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한동민은 거듭된 부진과 침묵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1할대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MVP를 수상한 것은 한동민이 역대 두 번째다. 1984년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유두열은 한국시리즈 타율 0.143에 그쳤지만 6차전에서 역사적인 홈런을 때린 공로를 인정받아 MVP로 이름을 올렸다.

    한동민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남긴 인상도 강렬했다. 매경기 잘 치지는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주인공이 됐다. 한동민은 "MVP 수상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결승홈런을 친 것은 동료들이 과정을 잘 깔아줬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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