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화 길을 걷는 한국영화계에서 '완벽한 타인' 등 중저예산 영화가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관객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3일 "주말과 공휴일 포함 10일에 달하는 추석 연휴가 꼈던 지난해 10월과 달리, 추석 연휴가 없던 올해 10월 관객 수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날 영진위에서 발표한 '10월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4%(550만명) 줄어든 747만명을 기록했다. 매출액 역시 39.9%(417억원) 감소한 628억원으로 나타났다. 외국영화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5%(202만명) 줄어든 660만명을 모았고, 맥출액도 19.1%(135억원) 감소한 568억원을 기록했다.
10월 전체 관객 수는 1407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8%(751만명) 급갑한 수치를 보였다. 매출액은 31.6%(552억원) 줄어든 1196억원이었다.
지난달 3일 나란히 개봉한 '베놈'과 '암수살인'은 각각 388만명, 374만명을 모으며 10월 박스오피스 1, 2위로 쌍끌이 흥행을 견인했다. 반면 사극 좀비물 '창궐'은 지난달 25일 개봉해 일주일간 131만명을 모아 3위에 그쳤다.
영진위는 "제작비 170억원을 들인 '창궐'은 지난 7일까지 156만명을 모으는 데 그쳐 손익분기점 돌파가 요원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극 액션 영화 '안시성'은 90만명(누적 543만명)으로 4위를 차지했고,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여성영화 '미쓰백'은 68만명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영진위는 "과거 10월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년 10월 8일 개봉, 214만명)나 '럭키'(2016년 10월 13일 개봉, 698만 명) 같은 중·저예산 영화들이 흥행을 노려볼 수 있는 시기였다"며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영화가 고예산 영화 중심이 되면서 10월 비수기에 '창궐'과 같은 대작 영화가 개봉하기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고예산 한국영화들이 제작비 회수를 위해 흥행 코드를 나열하는 식의 관습화 된 서사를 차용하고 있고, 이것이 패착이 돼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대작 영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간 관습화 돼가는 한국영화에 대한 반사이익을 '서치'(지난 8월 29일 개봉, 292만명)와 같은 외국영화가 누려왔는데, 지난달 개봉한 '미쓰백'과 '완벽한 타인'이 11월 7일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갈증을 한국 중저예산 영화가 해소시켜 줬다"며 "작은 영화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 이들 영화의 성과가 비수기 시장을 겨냥한 중·저예산 영화의 제작 활성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