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2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정의기억연대, 정대협, 시민들이 2015 한일합의 손 피켓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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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식발표로 화해치유재단은 해산 절차를 밟게 됐지만,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부는 전액 반환을 목표로 일본과의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본이 순순히 받을 가능성은 낮아 10억 엔을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협의할 것…日이 받겠다면 반환된다"여성가족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해치유재단을 둘러싼 현재 상황과 그 동안의 검토 결과를 반영해 해산을 추진하고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출연한 기금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만 설명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2016년 7월 설립됐다.
현재 10억 엔(108억 원) 중 약 49억 원 정도가 쓰였다. 구체적으로, 피해자 34명과 사망자 48명에 대한 치유금 명목으로 44억 원, 재단 운영비 등으로 5억 원 등이다. 현재 약 57억 8천만 원 정도가 남아있는 상태다.
다만, 지난 1월 문재인정부가 위안부 합의 재검토 결정을 내리면서 10억 엔 전액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 상태다.
여가부는 일단 일본과의 협의를 통한 전액 반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7월에 반환을 목적으로 103억 원을 양성평등기금에 출연했다"며 "일본 측과 협의해서 받겠다고 하면 반환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 위안부 기념사업 등 다른 곳에서 쓰자고 하면 그렇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도 10억 엔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했다. 나눔의 집은 이날 논평을 통해 "피해자들 요구대로 일본이 보내온 10 억엔의 조속한 반환을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안을 파기 또는 무효로 하는데 정부가 힘써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日 즉각 반발…반환의 첫 단추는 위안부 합의 무효 선언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로 받은 출연금 10억 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사진=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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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이 순순히 출연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환받는 순간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공식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가 있자마자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대신도 "일본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한국 측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일본과의 외교적 협의가 지속되더라도 10억 엔 처리 문제는 한동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유엔 등 국제기구나 제3국에 10억 엔을 공탁시키는 것이다. 합의 자체가 잘못돼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일본 정부가 받아가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액 반환의 첫 단추는 우리 정부의 확실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정부는 외교적 부담감 때문에 한일합의의 파기나 재협상을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라는 명분 하에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해결에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 서승원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국가간 조약이나 협정도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치는 것이 상식인데,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합의일 뿐"이라며 "국제약속,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의 논법이 맞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