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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을 생각하면…" 시린 바닥에 엎드린 파인텍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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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뚝을 생각하면…" 시린 바닥에 엎드린 파인텍 노동자들

    '청와대→목동' 4박 5일 오체투지
    굴뚝농성 408일, 그리고 또 394일
    "지금도 하늘감옥에…정부가 나서라"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굴뚝

     

    기업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정리해고와 공장 가동중단에 반발해 두 번째 고공 농성에 들어간 파인텍 노동자들이 굴뚝 위에서 또 다시 겨울을 맞게 됐다.

    회사 측이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개입에 나서라며 찬 바닥에 엎드리는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아스팔트 냉기에 칼바람…굴뚝선 물도 꽁꽁

    파인텍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20여명은 지난 6일 청와대 앞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게 절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이다.

    이들은 4박 5일 동안 충정로, 마포대교, 여의도 등 모두 19.1km를 돌아 10일 오후 파인텍의 모회사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목동 CBS 건물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은 지난 7일 오체투지 중 기자와 만나 "날씨가 추워서 참가하는 동지들이 힘들 것 같다"면서도 "굴뚝 위 박준호 홍기탁 두 동지를 위해 오체투지를 100번 해서 해결된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밑돌던 이날 참가자들은 소복 안에 옷을 세겹씩 껴입고 무릎 보호대까지 착용했지만 아스팔트 냉기까지 막기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땀으로 옷이 흠뻑 젖다가도 바닥에서 일어서면 금세 칼바람이 옷 속으로 들어오는 이중고가 반복됐다.

    추위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5m 굴뚝 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추위에 금세 물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매일 밑에서 올려주는 물을 어떻게든 다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 전 노조 지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400일동안 몸은 그럭저럭 적응이 됐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바깥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800일 굴뚝 농성…파인텍에 무슨 일이?

    홍 전 지회장을 비롯한 다섯 명의 조합원들은 원래 '한국합섬'에서 함께 천막을 만들던 동료들이다. 그런데 2007년 한국합섬이 파산한 뒤 스타플렉스가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어 스타플렉스는 인수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2013년 1월 경영난을 이유로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전직원을 상대로 한 권고사직도 시작했다.

    차광호 지회장

     

    이때 차광호 지회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공장 안 굴뚝에 올라 408일을 버텼다. 이 기록은 고공농성으로는 역대 최장으로 알려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제야 사측이 움직였다. 고용·노조·단체협상을 약속하는 일명 '3승계'를 합의하면서 차 지회장은 땅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다시 8개월 만에 공장이 문을 닫았다. 홍 전 지회장과 박순호 사무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오른 이유다.

    노조 측은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가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이 "스타플렉스는 파인텍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난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동안 차 지회장의 408일과 홍기탁·박준호씨의 394일을 더하면 파인텍 노동자들이 굴뚝에서 보낸 시간은 모두 800일을 넘겼다.

    ◇ "사측은 책임 회피…정부가 나서라"

    오는 24일 목동 열병합사무소 굴뚝농성은 408일이 된다. 이날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서 차 지회장이 경북 구미 공장에서 벌였던 첫 번째 장기농성 기록을 넘어선다.

    최근 박 사무장은 몸무게가 50kg 가까이 달할 정도로 야위었다. 좁은 공간에서 1년 넘게 생활한 탓에 목과 허리를 비롯한 통증도 달고 산다고 한다.

    굴뚝에서 고공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시민들

     

    파인텍 노동자들과 공동행동은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오체투지 행진의 출발지를 청와대 앞으로 정한 이유다.

    이들은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의 노골적인 책임 회피 앞에서 노동자들은 400일이 다 돼도록 하늘감옥에 매달려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형식적 중립만 지키지 말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의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차 지회장이 408일을 농성을 했는데 또 그 시간을 굴뚝에서 넘기게 할 수는 없다"며 "크리스마스 전 두 사람을 건강하게 땅을 밟게 하자는 절박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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