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KBL)
"너무 자주 말하면 안됩니다. '떡 사세요'는 극약처방입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이 지난 11일 서울 삼성과의 잠실 원정경기 연장전 막판 작전타임을 요청하고 국내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던진 말이 농구 팬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유도훈 감독은 "야, 국내 선수, 너네는 선수 아니야?"라고 말한 뒤 손을 머리 위에 올리는 동작을 하면서 "'떡 사세요' 하면서 얘(머피 할로웨이)만 찾을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도훈 감독의 동작은 떡 장수가 머리 위에 바구니를 이고 떡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농구에 이와 비슷한 동작이 있다. 외곽에 있는 선수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은 동료에게 패스를 건넬 때 주로 볼 수 있다. 앞에 있는 수비 견제를 피하기 위해 공을 잡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패스를 시도한다. 이를 '오버헤드' 패스라고 한다.
유도훈 감독에게 이같은 동작은 국내 선수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고 외국인선수에게만 의존하려는 경향의 상징이다.
유도훈 감독은 14일 오후 창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선수가 처음부터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안으로 패스만 하겠다는 것은 떡을 팔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유도훈 감독은 "국내 선수는 페이크(fake)를 더 잘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페이크는 슈팅을 시도하기 전 수비수를 속이는 동작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는 "자기 공격을 하는 척 하다가 안으로 넣어주는 패스를 하고, 반대로 패스를 하는 척 하다가 자기 공격을 시도하는 등 다음에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생각하면서 농구를 해야 한다. 플레이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스피드의 100%가 나오고 기술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게 공격 기회가 왔는데 다른 사람부터 찾으면 안된다. 국내 선수들이 종종 위기 상황이 왔을 때 그러는 경향이 있다. 소극적으로 농구를 하면 안된다. 스스로 갈고 닦은 기술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은 지난 삼성전 막판 가드 김낙현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스스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주저없이 교체를 단행했다. 전자랜드는 자신이 끝내겠다는 각오가 연장전 막판 과감하게 공격을 펼친 박찬희의 '위닝샷'에 힘입어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유도훈 감독은 '떡 사세요'라는 표현을 예전부터 썼지만 앞으로는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기를 희망했다. "그건 정말 급할 때 쓰는 극약처방"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