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사진=경남도청 제공)
경남 함안군의 주요 가야 유적 두 곳에서 그동안 문헌과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아라가야 왕국'의 실체가 확인됐다.
경상남도는 18일 함안군 유적지에서 '가야문화권 중요 유적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열고 가야사를 정립하는 데 주목할만한 발굴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경작지 조성 과정에서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가 우연히 발견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긴급 발굴조사에 나섰고 가야시대 왕성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토성과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올해 9월부터 진행된 정밀 발굴조사에서는 바닥을 땅 위나 물 위에 높게 지은 건물인 수혈식, 고상식 건물 14동과 구릉의 생김을 따라 조성된 토성벽과 목책렬 약 100m도 확인됐다.
특히 건물지군에서는 유적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시설과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이 가운데 10호 건물지는 판석을 세워 만든 긴네모꼴의 건물지로, 내부에 길이 5m의 부뚜막이 설치돼 있어 가야지역에서는 처음 확인되는 구조다.
이밖에 초대형의 고상식 건물지와 망루, 창고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지가 확인됐다.
그릇받침을 비롯해 연질항아리와 시루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5~6세기 가야토기들이 출토됐으며, 각종 화살촉, 비늘갑옷, 말발걸이 등 다양한 철제 무기, 마구 등도 함께 출토됐다.
발굴관계자는 "아라가야 왕성지는 토성 등의 방어시설을 갖춘 아라가야 전성기 최고지배층의 생활공간으로, 이번에 발굴한 건물지군은 철제무기로 무장한 군사집단이 왕성을 방어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거주하였던 시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말이산 고분군에서도 중요한 발굴성과가 나왔다.
말이산에서 최대 규모의 고분이자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13호분은 5세기 후반 아라가야 전성기 왕묘로 추정되는 고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가 발굴을 시도한 이후 지난해 6월 봉분 정상부에 지반 침하가 발생하면서 유적 정비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100년 만에 재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말이산 13호분은 봉분지름 40.1m, 높이 7.5m 규모의 대형 봉토분으로 구릉 정상의 암반지형을 활용해 더욱 높고 크게 보일 수 있도록 조성됐다.
내부구조는 구덩식돌덧널무덤으로 네 벽면을 점토로 미장한 후 붉은 색 안료를 칠한 채색고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 칠은 생명의 부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 등을 의미하는데 가야시대 돌덧널무덤에서 처음 발견됐다.
가야고분 가운데 6세기 전반 소가야 고분인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1B-1호 돌방무덤에서 확인된 적이 있지만, 말이산 13호분은 이보다 수십 년 앞선 것으로 향후 면밀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고 도는 설명했다.
또한 무덤 주인의 시신이 안치되는 공간 위쪽의 뚜껑돌에서 125개의 성혈도 확인됐다.
성혈은 지금까지 청동기인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큰 바위나 돌에 새긴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고구려 벽화고분에 북두칠성 등 별자리가 그려진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아 뚜껑돌의 성혈 역시 옛 가야인들의 천문사상이 반영된 흔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궁수자리과 전갈자리가 확인됐다.
김제홍 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문헌기록이 부족한 가야사는 그동안 유적에 대한 조사연구가 절실히 필요했음에도 소홀한 감이 있어 우리 고대사의 한축이었음을 밝혀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