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 우승했다!" 래퍼 페노메코는 올해 6월 서바이벌 형식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인 엠넷 '브레이커스'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10대 때 집안 사정이 완전히 무너졌다. 당장 돈을 벌어야 했고, 5년 정도 음악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음악 하겠다'는 말을 감히 가족들에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땐 정말 꿈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브레이커스'에서 우승을 했을 때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고, 동시에 무언가 하나를 달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브레이커스'는 페노메코에게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가져다 줬지만, 역설적이게도 슬럼프도 함께 안겼다. "'브레이커스'를 하면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그로 인해 생긴 불면증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음악 활동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그런 고민을 하며 불안감도 느꼈다. '음악을 그만둘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페노메코는 다행히 슬럼프를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달 발매한 미니앨범 '가든'(Garden)과 함께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한동안 거의 집에만 칩거했다. 원래 '집돌이' 기질이 있는데 더 심해진 거다.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프로듀서 아프로(APRO) 형이 저를 위로해주기 위해 선물해준 트랙들을 듣고 다시 의욕이 생겼다. '이 트랙들을 완성시키고 싶다', '앨범을 완성해보자'는 생각이 든 거다. 돌아보면, 아프로 형을 비롯해 이번 앨범에 참여해준 분들 덕분에 집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요즘엔 지치지 않으면 잠에 못 들어 It's okay / 정적이 싫어서 억지로 틀어놓은 티비는 집중이 되지 않아 하나도 It's okay / 니 생각이 나지만 정신 차리겠거니 하고 말지 / 약이 없네 이 독한 감기에~♪' 그렇게 탄생한 곡인 미니앨범 5번 트랙 '오케이'(OKay)의 가사다. "방 안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었을 때의 감정 상태를 표현한 곡이다. 표면적으로는 연인과의 이별 이야기를 다룬 곡인데, 이 인터뷰를 읽고 들어보시면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하는 노래라는 게 느껴지실 거다"
그렇게 탄생한 또 다른 곡인 '1번 트랙 '쿨'(COOL)을 통해서는 뮤지션으로서의 신념을 이야기했다. "돈을 쫓을 건지, 음악적 가치를 중요시 여길 것인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가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는, 어떻게 보면 '답정너' 같은 곡이 완성됐다. (미소)"
타이틀곡은 따로 있다. 유명 향수 이름을 연상케 하는 곡인 '넘버5'(No.5)다. "앨범 수록곡들을 다 들었을 때 향에 뒤덮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 형형색색의 정원이 떠올라 앨범명을 '가든'이라고 정했다. '넘버5'는 그런 앨범의 전반적인 느낌이 가장 잘 표현된 곡이다"
'넘버5' 보컬 피처링은 '팬시차일드' 크루 멤버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크러쉬가 맡았다. "저에게 '팬시차일드' 친구들은 '좋은 뮤즈다. 타이틀곡 피처링을 맡아준 크러쉬는 '음악 바보' 같은 사람이고, 딘이 같은 경우는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진지하다. 지코는 바람직한 음악인의 삶을 사는 법을 잘 아는 친구다. 여러 모로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2014년 데뷔한 페노메코가 미니앨범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노메코는 조향사를 찾아가 향수의 종류에 대해 배우고 그를 기반으로 앨범의 트랙리스트 순서를 짰다. 또, 향수를 직접 제작해 앨범 릴리즈 파티에서 선보였으며, 백합, 왁스플라워, 유칼립투스, 미모사, 핀쿠션, 파티오라금 등 각 곡을 상징하는 식물을 정해 티저 사진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 작업은 음악을 시작한 이후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이슈였다. 오랜 시간 공들인 앨범인 만큼 많은 분들이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브레이커스' 우승부터 첫 미니앨범 '가든' 발매까지. 바쁜 한 해를 보낸 페노메코는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올 한 해 저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웠다. 그래서 피로가 강하게 쌓여있다. 당분간은 힘이 닿는 데까지 쉬려고 한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여행도 가보려고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 뒤에는 다시 또 신선한 음악을 들고 돌아올 계획이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티스트이고 싶다. 새로운 곡을 선보이게 될 때 '이번엔 어떤 식으로 곡을 만들었을까' 하는 반응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