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더마 드로잔 (사진=NBA미디어센트럴)
"샌안토니오는 내게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스퍼스 유니폼에는 나의 피(blood), 땀(sweat), 눈물(tears)이 담겨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토론토 랩터스의 간판스타 카와이 레너드가 원정팀 선수로서 처음으로 친정 샌안토니오를 방문하기에 앞서 남긴 말이다.
2011년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데뷔한 카와이 레너드는 팀 던컨-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 시대를 이어 스퍼스의 전성시대를 지휘할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2014년 우승을 이끌며 파이널 MVP를 받았고 두 차례나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됐다.
NBA 역사상 파이널 MVP와 올해의 수비수 트로피를 모두 가진 선수는 마이클 조던, 하킴 올라주원 그리고 카와이 레너드 등 3명밖에 없다.
하지만 레너드는 지난해 7월 샌안토니오를 떠났다. 결별 과정은 깔끔하지 않았다.
레너드는 지난 2017-2018시즌 부상을 이유로 9경기 출전에 그쳤고 대부분의 시간동안 선수단과 함께 하지 않았다.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고 결국 작년 여름 토론토로 트레이드됐다.
레너드는 4일(한국시간) 미국 샌안토니오 AT&T센터에서 열린 친정팀 샌안토니오와의 첫 맞대결에서 오래 전 자신을 응원했던 팬들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선수 소개 때는 물론이고 구단이 준비한 헌정 비디오가 상영될 때도 야유 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레너드가 샌안토니오 프렌차이즈를 떠나는 과정을 지켜본 팬들의 실망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유를 환호로 바꾼 선수가 있었다. 레너드와는 반대로 토론토를 떠나 올시즌부터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입은 더마 드로잔이다.
샌안토니오 팬들이 레너드에 대한 애증이 크다면 드로잔은 토론토 구단에 대한 애증이 큰 선수다.
드로잔은 2009년 토론토에서 데뷔했다. 지난 시즌까지 9시즌동안 토론토에서 활약했다. 구단 통산 최다득점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1위 기록을 갖고 있는 간판 스타였다.
캐나다 토론토는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획득한 미국인 NBA 선수들이 이적을 선호하는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드로잔은 누구보다 토론토를 좋아했다. 2012년 연장 계약을 맺었고 FA 자격을 얻었던 2016년에도 주저없이 토론토 잔류를 선언했다. 그는 토론토에서 선수 생활의 끝을 맺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랩터스 구단을 사랑했다.
레너드가 샌안토니오에서의 기억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드로잔에게도 토론토는 그의 피, 땀, 눈물이 담겨 있는 프렌차이즈다.
토론토는 드로잔이 전성기에 접어든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4번이나 디비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당시 동부컨퍼런스의 제왕 르브론 제임스의 벽에 막혀 파이널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토론토는 더 높은 곳을 향한 염원이 컸고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샌안토니오와 틀어진 레너드를 데려오기 위해 드로잔을 내준 것이다.
드로잔은 큰 상처를 받았다. 공개적으로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다. 친정팀과 경기가 예정된 달력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려두고 그날만을 기다려왔다.
드로잔은 아쉬움을 실력으로 치환했다. 이날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21점 14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샌안토니오의 125대107 승리를 이끌었다.
드로잔이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것은 NBA 정규리그 714경기만에 처음이다. 그것도 친정팀을 상대로 달성했다. ESPN에 따르면 드로잔은 친정팀을 상대로 생애 첫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
샌안토니오 팬들은 드로잔을 향해 "MVP"를 외쳤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장소에서 레너드가 들었던 응원 소리였다.
레너드는 21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레너드는 경기 후 자신을 오랫동안 이끌어줬던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감독와 긴 시간 포웅을 나눴다. 포포비치 감독은 경기 후 레너드를 향한 팬들의 야유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