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자료사진)
2‧27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당권주자들이 각각 특화된 전략으로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전당대회를 코 앞에 두고 맞는 설 명절인 만큼 이 기간 동안 선두 주자는 대세론 굳히기에, 후발 주자들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명절 기간 동안 보육원 등 취약계층 현장 방문에 주력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우선 현장행보 대신 방송 출연과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해 '탄핵 프레임' 등 구도 형성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당원 지지가 취약한 오세훈 전 시장은 당원이 밀집된 TK(대구‧경북)와 수도권을 돌며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황 전 총리는 지난 1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설 인사를 나눈 후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소재 노인복지시설인 홍파복지원을 방문했다. 3일에는 관악구 소재 상록보육원을, 오는 4일은 종로구 일대에서 어르신 무료급식 봉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명절 일정을 사회취약계층 시설을 방문하는 행보로 잡은 데는 선두주자로서 대세 굳히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초반 강세인 황 전 총리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면 '겸손함'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 전 총리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황 전 총리가 원래 사회적 약자와 봉사에 관심이 많다"며 "아무리 당내 선거라고 해도 당원들만 만날 순 없고 명절인 만큼 외부인들을 찾아 뵙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당원 표심이 교통정리가 됐다고 판단, 대외적으로 수장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도로 탄핵당'을 막겠다며 지난달 30일 공식 출마를 선언한 홍 전 대표는 외부일정을 최소화하고 미디어를 주로 활용하는 이른바 '공중전'에 나섰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일 보수논객 신혜식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해 '탄핵' 이슈를 연이어 띄웠다. 황 전 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탄핵 프레임'에 갇혀 승리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오는 4일에는 종편뉴스에 출연해 이번 전대가 '홍준표 재신임'과 '투쟁력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한 기회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전 대표 측은 황 전 총리의 최대 약점인 '탄핵 총리'를 집중 공략하며 경선에서 TV토론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출마한 정당성 확보와 대외적 구도를 형성한 이후 민생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같은 구도에서 민생행보를 해봤자 큰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일단 황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토론을 하면 할수록 특유의 '저격수' 기질로 약점을 파고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의 연이은 출마 선언으로 초반 기세가 주춤한 가운데 밑바닥 민심 공략에 나섰다. 경선 반영비율이 당원 70%, 여론조사 30%인 만큼 투표권을 지닌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일 대구 북구갑, 달서을 등 각 당협에서 간담회를 이어가는 동시에 칠성시장을 방문했다. 약 32만명에 달하는 책임당원 중 9만여명이 TK에 밀집된 점을 감안한 행보다. 이날은 영남일보와 인터뷰 후 서울로 이동해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을 접촉할 계획이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6일에는 소방서 등 연휴 근무자들을 방문한다.
지난달 31일 출판기념회에서 출마 선언을 미룬 탓에 오 전 시장의 불출마설이 돌기도 했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특정 캠프에서 의도를 갖고 낭설을 유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리 나름대로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우선 당원 중심으로 표심을 모은 후 다음 전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