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국민 먹거리 계란 '믿고 먹는다'… 23일 계란유통 '빅뱅'



생활경제

    국민 먹거리 계란 '믿고 먹는다'… 23일 계란유통 '빅뱅'

    계란난각 '산란일' 표기 의무화
    양계농가는 '유통기한 줄어든다' 울상
    소비자 90% 산란일 표기 찬성… 소비자시민모임 여론조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번주부터 계란의 생산일자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국민 먹거리'인 계란 유통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누구나 먹는 계란을 '믿고 소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양계농가와 유통업계는 계란유통기한이 10일가량 줄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유통중인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계란안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계란의 생산이력 표기 기준이 계속 강화돼 왔고 오는 23일부터는 계란의 '생산날짜' 표기가 의무화된다. 농민반발이 심하자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계란 껍질에 생산과 관련된 이력을 표기하던데 더해 생산날짜까지 적어 넣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계란 껍질에는 한층 많은 정보가 담기게 됐지만,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담기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픽=임금진PD)

     

    살충제 파동 이전인 2017년 8월까지는 계란의 난각표기가 '01길동'처럼 네 글자만 표기돼 단순했다. '01'은 시도, '길동'은 농장이름을 나타내준다.

    살충제 파동을 거치면서 생산자 고유번호가 5자리로 바뀌고 사육환경을 나타내는 아라비아 숫자도 뒷부분에 추가됐다. 예를 들어 'AB38E 1'과 같은 형식이다. 계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계란의 추적이 더욱 쉽도록 난각표기가 바뀐 것이다.

    여기에다 계란의 생산날짜가 추가되면서 23일부터 소비자들이 접하게될 계란의 표면에는 '생산날짜-고유번호-사육환경'의 순으로 총 10자의(영문과 숫자) 난각표시가 찍히게 된다.

    생산날짜는 4자리 숫자, 예를들어 1월 3일이면 '0103'으로 표기되고, 생산자 고유번호 'AB38E'는 어느 지역의 어떤 농장에서 계란이 생산됐는 지를 나타내주며, 맨 끝부분에 1~4의 숫자 가운데 하나로 표기되는 사육환경은 계란이 어떤 환경의 농장에서 생산됐는 지 설명해준다.

    1은 동물복지농장 즉 자유방목계란임을 의미하고 2는 평사계란으로 지정된 우리안에 닭장이 없는 평평한 닭장 환경, 3은 닭 11마리가 사육되는 개선된 케이지(닭장), 4는 한 우리에 15마리가 들어가는 기존 케이지를 나타내준다. 마지막 숫자가 적을수록 더 좋은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이다.

    이처럼 계란의 생산이력이 빠짐없이 나타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시행되자 소비자들은 믿고 계란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월1일 ~ 2월8일까지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계란 산란일자 표시에 대한 설문조사(온라인 패널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2%는 "껍데기에 산란일자 표시를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고 계란의 신선도를 아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밝힌 불만은 '달걀의 노른자가 퍼져있거나 흰자가 묽은 등 신선하지 않은 느낌'(69.4%), '구입 시 깨지거나 금이 간 달걀'(62.2%), '달걀을 깨트렸을 때 변색 되어 있음'(25.2%), '이상한 냄새가 남'(21.8%) 등 주로 신선도와 관련된 불만이 많았다.

    반면, 양계농가는 울상이다. 산란날짜를 표기하면 계란의 합법적 유통기간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인한 물질적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주장은 "계란의 신선도는 산란일보다는 보관온도나 유통과정에 좌우된다는 것"이고 '기존에 특정농가에서 생산한 물량을 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모조리 받아줬지만 산란날짜가 찍히게 되면 유통기한이 적게 남은 계란은 납품을 거부할 것이고 남은 계란을 소화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행 계란의 유통기한은 냉장보관 시 30~45일로 식약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농가에서는 동절기에는 대략 1주일, 하절기에는 3~4일 가량 재고로 보유하다 5대 양계유통사로 계란을 납품해왔다. 이유는 닭이 매일 알을 낳지만 즉시즉시 100%물량을 처분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닭이 알을 낳은 산란일을 명시할 경우 대략 3~7일의 여유기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늦게 출하할수록 손해를 보게된다.

    또한, 소비자들이 계란 유통과정에서 산란일을 꼼꼼히 확인하기 때문에 농장내 재고물량을 처리할 길도 막히게 된다. 예를들어, 우유의 경우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품을 구입할 때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은 팔리지 않는 것처럼 계란 역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외면받게 되고 이는 생산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최대한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을 납품받으려하기 때문에 양계농장이 재고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도 잃게 된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15일 "계란은 냉장상태에서 1달을 보관해도 품질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산란일자를 찍으면 유통사 입장에서 더 긴 판매기한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된 계란을 안 받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계란 생산농가와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계란을 냉장보관할 경우 유통기한이 좀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소비자들은 가급적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제품을 소비하려는 욕구가 있어 제도의 정착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