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국제병원을 둘러보는 원희룡 제주지사.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이인의="" 특별한="" 자치="" 이야기="">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3월 4일(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류도성>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가 봄 개편을 하면서 새로운 코너를 편성했습니다. 이인의 특별한 자치 이야기인데요. 이인 기자, 어떤 코너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죠.
◆이인> 제주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정책적, 정치적으로 연일 갈등 현안들이 터져 나옵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제주 섬이 '갈등 시범도'가 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말이 좋아 분권 모델이지, 정작 중앙 정부의 핵심 권한은 넘겨 주지 않고 그저 제주를 시험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런가하면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지사의 행보는 제주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권에서도 관심삽니다. '이인의 특별한 자치 이야기'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원 지사를 둘러싼 정책적, 정치적 환경과 뒷이야기를 기자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류도성> 첫 번째로 다룰 소재는 뭔가요?
◆이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갈등 시범도'가 됐다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온다고 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영리병원 논란인 것 같습니다. 첫 순서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설 허가가 난 제주 녹지국제병원을 놓고 갈등 양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류도성> 첫 특별한 자치 이야기에서 다룰 소재로 영리병원 이야기를 갖고 왔는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법에 영리병원 개설 허가 근거가 있죠?
◆이인>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은 제주특별법, 풀 네임을 말씀드리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요. 줄여서 제주특별법에는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는 근거도 있습니다. 외국인이 도지사의 개설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외국 영리병원 즉, 외국인만 제주에서 영리병원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지어진 제주 녹지국제병원.
◇류도성> 그래서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병원 개설을 요청한 거죠?
◆이인> 바로 제주 녹지국제병원인데요. 201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투자유치 협약을 하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를 붕괴시킬거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2015년 5월 보건복지부는 한차례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 승인을 반려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같은해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결국 건립 승인을 받게 됩니다.
◇류도성> 그래서 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이 지어졌죠?
◆이인> 녹지국제병원은 2016년 4월 공사가 시작됐는데요.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8163㎡의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46병상을 갖추고 2017년 7월 준공됐습니다.
◇류도성> 병원이 지어졌는데 바로 문을 못 열었어요?
◆이인> 비밀은 역시 제주특별법에 있습니다.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 승인은 정부, 즉 보건복지부에 있지만 제주특별법상 병원 개설 허가는 제주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특별법은 외국인이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류도성> 특별한 자치 이야기 속 주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을 이인 기자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주도의 개설 허가 과정을 짚어보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요?
◆이인> 제주도는 2017년 8월 녹지측으로부터 병원 개설 허가 신청서를 받았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같은해 12월까지 4차례 심의를 가져 외국인만 진료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냈습니다.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내 제주 녹지국제병원 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
◇류도성> 급기야 원희룡 지사가 공론조사로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어요?
◆이인> 2018년 2월 제주 시민단체가 숙의민주주의 조례에 따라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문제를 공론조사로 결정하라고 청구했는데, 원 지사는 2018년 3월 시민단체의 청구를 전격적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류도성> 공론조사는 시간이 좀 걸렸죠?
◆이인> 원 지사가 공론조사를 수용한 이후 7개월만인 2018년 10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가 나왔습니다.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불허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원 지사는 불허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2018년 12월 조건부로 개설 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도의회 등에서 기회있을 때 마다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던 원 지사가 정 반대의 결정을 한 겁니다. 이때문에 도민의견을 무시했다는 비판부터 6.13 지방선거에서 논란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공론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류도성>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하지 마라고 권고했는데 이를 뒤집고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렸다는 거죠? 그 조건은 뭡니까?
◆이인> 외국인만 진료하고 내국인은 받지 마라는 내용으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낸 건데요. 조건부지만 시민단체는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공론조사를 무시한 점, 영리병원의 물꼬를 튼 점, 그래서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지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반발의 핵심 근겁니다. 그런데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류도성> 시민단체의 반발은 예상했던 거고, 녹지병원측의 반발은 이유가 뭔가요?
◆이인> 바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조건부 허가 때문인데요. 녹지측은 지난 2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개별허가 조건 취소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습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손님으로 받게 해달라는 겁니다.
◇류도성> 제주도와 시민단체가 갈등을 빚던 모양새에서 제주도 대 녹지그룹, 제주도 대 시민단체 등으로 싸움이 분화된 거죠?
◆이인> 그렇습니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갈등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건데요. 지금은 제주도와 녹지그룹의 갈등이 커지는 형국입니다. 제주도는 급기야 4일 녹지국제병원이 개설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며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류도성> 개설허가를 지난해 12월에 했는데, 3개월만에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다구요. 구체적인 이유는 뭡니까?
◆이인>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4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가졌는데요. 녹지국제병원이 현행 의료법상 개원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료법상 개설 허가 뒤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없이 병원 문을 열지 않으면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데요.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 12월 5일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정확히 3개월이 올해 3월 4일까지 병원 문을 열어야 합니다. 하지만 녹지측은 개설 허가 기한인 4일까지 개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의료법에 따라 개설 허가 전 청문 절차를 개시하겠다며 녹지측에 통보했습니다.
◇류도성> 앞서서 녹지측은 개원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요청도 제주도가 거부한 건가요?
◆이인> 녹지측은 지난 2월 의료기관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며 개설 기한 연장을 제주도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개설허가를 한 뒤 3개월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별다른 이유없이 개원을 하지 않았다며 거부했습니다. 제주도는 또 녹지측이 지난 2월 27일 관계 공무원의 개원 준비상황 현장 점검을 거부한 점을 문제 삼고 이 부분도 의료법상 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류도성> 허가 취소 절차는 언제부터 돌입합니까?
◆이인> 제주도는 5일부터 청문주재자 선정과 청문실시통지 교부 등을 거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실시 절차에 돌입합니다. 제주도는 청문절차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또 녹지국제병원측이 제기한 조건부 허가 취소소송건은 법률 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류도성> 제주도가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하기로 하자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환영하고 나섰죠?
◆이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한국노총 등은 즉각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절차 돌입은 부실승인과 묻지마 허가의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1호 영리병원을 절대 허용하지 않기 위해 지난 3개월간 제주도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한 영리병원 저지투쟁의 값진 결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녹지측의 소송전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인수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고 제주 영리병원 논란을 완전히 매듭짓는 방안이라고 문재인 정부와 제주도에 촉구했습니다.
제주CBS 이인 기자(왼쪽)와 류도성 아나운서.
◇류도성> 시민단체가 원희룡 지사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선 점이 생소한데요. 그래서 원 지사의 조건부 허가는 사실상 불허 결정이었다는 얘기가 나오죠?
◆이인> 제주도의 강경한 입장은 지난해 12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하며 이미 예견됐습니다. 외국인만을 진료 대상으로 하고 내국인은 손님으로 받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불허를 했을 경우 녹지측이 정부의 사업승인으로 병원까지 지었다는 점을 들어 제주도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즉각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제주도가 사실상 불허 성격의 조건부 허가를 낸 것으로 당시 받아들여졌습니다. 한편으론, 잠재적 대권주자인 원희룡 지사가 조건부지만 영리병원을 허가했다는 상징성으로, 의료산업 활성화를 지지하는 보수층을 의식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허가지만 불허같은 결정으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도 막고 정치적으로도 보수의 아이콘이 되는 원 지사 입장에선 묘수가 된 겁니다.
◇류도성> 그런데 다른 소송이 있죠. 그 조건부 허가에 반발해 녹지측이 낸 소송,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인>문제는 말씀하신대로 녹지측이 내국인 진료제한을 문제삼아 낸 소송전의 향방입니다. 법원이 조건부 허가를 문제 삼을 경우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절차와 관계없이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야 하는데요. 허가에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보건의료특례 조례 제16조 3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한편에선 미비한 부분에 대해 조건을 붙일 수 있을 뿐 진료의 범위, 그러니까 내국인 진료제한 등의 조건을 붙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정부의 사업승인 과정에서 외국인 진료로 특정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 제한은 가능하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제주도와 녹지측의 치열한 소송전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시사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