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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회담판 뒤집은 '워싱턴 정치'라는 변수

통일/북한

    [한반도 리뷰] 회담판 뒤집은 '워싱턴 정치'라는 변수

    단계적 해법에 수긍하던 美, 갑작스런 변심은 코언 청문회 때문?
    트럼프 "서두르지 않겠다" 연발했지만 韓 안이한 상황인식
    클린턴 정부 때도 성추문 탄핵 위기로 대북정책 소극적…반복적 패턴
    트럼프 '대선 타이밍'이 최우선 고려사항 확인…美정치 변화무쌍 대비해야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사진=연합뉴스)

     

    ◆ 임미현 >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충격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습니다. 기대도 컸고 객관적 전망도 밝은 편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객관적 전망과 크게 다른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은 '워싱턴 정치'라는 변수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미국 국내 정치 때문에 국가 간 협상이 틀어진 셈이죠. 전형적인 강대국 외교입니다. 오늘은 향후 협상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미국 국내 정치 변수에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 임미현 > 워싱턴 정치가 회담 결렬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단정할 수 있나요?

    ◇ 홍제표 > 물론 북한이 워싱턴의 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실책도 큽니다. 하지만 아무런 합의도 없는 '노딜' 회담이 된 것은 미국이 'All or Nothing'식으로 요구 수준을 갑자기 높였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까지도 북한 측 요구인 단계적·동시적 이행 원칙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1월말 스탠퍼드대 연설을 시작으로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선 "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처음으로 제재 완화를 입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하노이 회담 테이블에 오른 것은 사실상의 전면적인 선(先) 비핵화 요구였습니다. 이런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유가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 임미현 > 코언 청문회를 말씀하는 것이군요.

    상원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하는 마이클 코언. (사진=연합뉴스)

     

    ◇ 홍제표 >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아예 대놓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매우 중요한 핵 정상회담을 하고 있을 때 민주당이 유죄판결을 받은 거짓말쟁이 사기꾼을 공개 청문회에 불러 증언하도록 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코언에 대한 청문회가) 내가 (북한과의 협상장에서) 걸어 나오는 데 기여했을 수도 있다"고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개인 변호사였는데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대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퍼주기' 협상을 할 것이란 국내 비판과 우려가 있던 차에 코언 청문회가 대서특필되면서 빅딜 아니면 노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를 더 큰 뉴스로 덮어버린 셈입니다.

    ◆ 임미현 > 우리 정부도 이런 기류 변화를 읽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 홍제표 > 관련 부처는 물론 청와대도 회담 결렬 직전까지 이상기류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정부와 여권 내에 낙관적 전망이 강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예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낙관론의 근거는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북미 정상 모두 회담을 성공시켜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 수준도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복기해보면 최소 10여일 전부터 불길한 징후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를 게 없다"는 이른바 'No Hurry' 발언입니다. 그는 회담 당일에는 비슷한 말을 무려 6차례 반복하며 강한 위험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철저히 반성하고 향후 협상에서도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 임미현 > 앞으로도 워싱턴 정치 변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사진=연합뉴스)

     

    ◇ 홍제표 >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박사학위 논문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연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국내정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진보적인 클린턴 행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소극적인 대북 체제 안전보장의 제공에 만족했을 뿐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할 능력이 없었던" 이유는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한 탄핵 공방이 리더십에 타격을 주면서 공화당 보수파의 여론 지배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금 상황과 매우 비슷하지 않습니까? 임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워싱턴 정치는 매우 분열돼있고 이런 분열이 비핵화 협상에도 아주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 정치는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아주 상반된 의견을 견지해야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는 것이고, 불신이 워낙 강하다보니 올바르고 합리적 접근조차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게 여론을 형성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합의 타결을 못한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 임미현 > 그나마 워싱턴 정치라는 돌발 변수를 미리 알고 경계하게 됐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인 셈이네요. 앞으로 협상 전략을 짜는데도 많이 참고를 해야겠군요.

    ◇ 홍제표 > 어느 정도 예방주사를 맞은 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나중에 미국내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합의가 깨지는 것보다는 미리 대응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차라리 낫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 정치의 복잡함과 변화무쌍함입니다. 사실 북미가 설령 빅딜 수준의 대타결을 이뤄낸다고 해도 차기 정부에서 합의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치적인 이란 핵합의를 파기했는데 만약 차기에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이를 지켜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찌됐든 지금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협상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이 좀 달라지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럴 계제가 아닌 것입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타이밍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이에 맞춰 대응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당연하고 원칙적인 말이지만, 우리 정부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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