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핵심증인'들에 대해 소환통보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규칙에는 재판부가 소환장 전달 방식을 일정부분 재량껏 판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홈페이지 고시가 적절한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서울고법 공식 홈페이지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학수 전 삼성 부사장·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5명의 이름을 게시하며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고지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보고 강제로 구인(拘引)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규칙 제67조 2항에 따르면 증인의 소환은 소환장의 송달, 전화, 전자우편, 모사전송(팩스 등), 휴대전화 문자전송과 그밖에 적당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소환장을 법원 홈페이지에 고시하는 것이 형사소송규칙에서 정하는 '그밖에 적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의 '핵심증인'들이 '폐문부재(閉門不在·문이 닫히고 거주자가 없어 전달 불가)'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차선책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소환장 전달이 되지 않으면 본인이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을 모를 수 있으므로 강제로 구인될 수 없다.
소환장이 법원 홈페이지에 고시된 이후 이팔성 전 회장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가 구인장이 발부됐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소환장 발부 사실을 알았다"며 구인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은 "소환장을 정식으로 송달하는 게 아니라 홈페이지 게시만으로 강제로 구인하는 것에 대해 절차상 의문이 있다"며 "증인이 소환장을 송달받았다는 요건을 충족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홈페이지 고시만으로 구인장이 발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모양새다.
증인이 본인에 대한 소환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구인장 발부는 신체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므로 형식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며 "홈페이지 고시는 상당히 간접적인 방식이어서 증인이 고시를 확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해당 고지 방식이 결국 구인장을 발부하기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홈페이지 고시가 실질적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며 "홈페이지에 고시만으로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면 모든 증인을 강제로 증인대에 세울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증인소환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일지만, 재판부의 강력한 구인 방침에 따라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의 '핵심증인'들이 법정에 줄줄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 재판에서 검찰의 증거를 모두 동의한다며 증인 신청을 거부했다.
이때문에 검찰의 조서 내용이 모두 증거로 채택돼 이 전 대통령의 유죄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는 증인을 불러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지만,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해 재판이 공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