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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소속 사무관이 성추행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화 장관이 지난달 22일 간부회의에서 '책임 있는 복무 태도'를 강조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연이은 외교 결례와 소속 공무원의 성 비위로 물의를 빚은 외교부의 내부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사무관, 이달 초 30대 여성 성추행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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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는 외교부 소속 30대 사무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노래방에서 30대 여성 B씨를 뒤에서 끌어안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를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강제로 자신의 몸을 더듬고 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소인 조사를 마쳤고, 피고소인 조사를 위해 A씨와 일정을 조율 중이다"라면서 "외교부에는 지난 8일 고소장을 접수한 뒤 수사 개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 성 비위·기강 해이와 전쟁 선포했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외교부 첫 여성 장관인 강경화 장관은 취임 이후 성 비위 근절 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한 달 만에 터진 에티오피아 대사 성폭행 사태와 지난해 파키스탄 외교관 성추행 등 성 비위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 소속 공무원의 성 비위 사례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내부 통신망에 올려 전 직원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당사자 이름 등은 익명처리했지만 여러 성 비위 행태를 자세히 적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연 1~2회 대외비 복무 감사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한다"며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결례 등 실수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일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 문제가 돼, 담당 과장을 급하게 '본부 근무' 발령했다. 지난해 말엔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하고, 지난달 19일에는 영문 보도자료에서 '발틱(Baltic)' 국가들을 '발칸(Balkan)' 국가라고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급기야 강 장관은 지난달 22일 '책임 있는 복무태도'를 강조하면서 "지적에 대해 부끄러움과 책임을 통감한다. 프로페셔널리즘이 부족해 생긴 일엔 응당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엄포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속 사무관이 또다시 성추행으로 입건된 것이다.
외교부는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A씨 입건 사실을 최근 경찰로부터 통보 받았다"면서도 "아직 내부 징계 논의나 자체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수사 내용을 정식 공문으로 받은 후 적절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