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VVIP와 비호세력' (사진=방송화면 캡처)
"대한민국은 나라가 아니다. 여긴 쓰레기 하치장이고, 강남이 다 먹여 살려주고 있다. '강남공화국이다'라는 말. '낮의 시간 동안 이렇게 국가에 기여를 하고 있고, 먹여 살리고 있기 때문에 밤의 시간에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되는 거다'라는…."
강남 클럽에 6개월간 잠입했던 주원규 목사는 미성년자까지 동원된 불법 성매매를 즐기던 남성들이 내뱉었던 이 같은 말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약과 탈세, 성매매 등 범죄가 일상다반사로 일어나지만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치외법권'과도 같은 지역인 강남 초호화 클럽. 그곳은 공권력과 정치·경제 등 대한민국 권력이 결탁해 만들어 낸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기획 김정호, 연출 이신임)는 'VVIP와 비호세력' 편에서 권력에 의해 무법지대가 된 강남의 초호화클럽 '아레나'와 '버닝썬' 사태의 본질을 짚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VVIP와 비호세력' (사진=방송화면 캡처)
"여성분들 막 끌고 호텔 위로 올라가고 약을 먹여서 올라가고 약이 없으면 어떻게든 술 작업해서 올라가고 너무 심한 거예요."
여성에게 약을 먹여서 성폭행한다는 VIP 손님 B 씨의 증언은 범죄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이를 제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을 보여준다. 하룻밤에 수천만 원씩 쓰는 VVIP를 위해 미성년자까지 동원한 정황과 증언도 나왔다.
미성년자가 클럽을 드나들 수 있었던 건 MD와 클럽 경영진의 보증, 이른바 '하이패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클럽 MD는 수익을 위해 미성년자와 VVIP를 연결한다. 사실상 접대를 위해 동원되는 어린 여성 상당수는 가출 청소년이다. 오갈 곳 없이 부모와 사회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돈벌이'에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은 자신의 하룻밤 '유흥'을 위해 아이들을 농락했다.
'스트레이트' 팀의 취재 결과 지난 2015년 말부터 가출 여성 청소년들이 급격히 연락이 두절되고 실종됐다. 그 아이들은 '아레나', '버닝썬' 같은 강남 초호화클럽에서 대다수 발견됐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VVIP와 비호세력' (사진=방송화면 캡처)
"2015년 겨울이었습니다. 급격히 연락이 두절됐어요. 제가 여자 청소년 친구들 한 15명 정도를 계속 보고 있었고 거의 대부분 강남 클럽이었습니다."(가출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던 주원규 목사)마치 '상품'마냥 클럽MD들은 아이들에게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꼬드겨 성형을 시키고 성매매에 투입한다. 그냥 클럽에 들여보내지 않는다. 그들 말에 따르면 다양한 플랫폼에서 '훈련'을 시켜 '클럽'이란 플랫폼으로 이동시킨다.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망가져서야 쫓겨나듯, 버려지듯 클럽을 나오게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치료 중인 아이도 있다. PTSD는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의미한다. 보통 전쟁, 사고, 자연 재앙, 폭력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을 했을 때 PTSD를 앓는다. 어린 소녀에게 강남 클럽은 전쟁터 그 자체였다.
또 다른 아이는 중절 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결국 자궁을 들어내게 되었다. 그 아이는 '쓸모없다'며 버려졌다. 가정도, 사회도 버린 아이들을 유린한 어른들은 또다시 아이들을 버린 것이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VVIP와 비호세력' (사진=방송화면 캡처)
강남 초호화 클럽에는 젊은 '주니어·킹'(재벌가 제자를 이르는 말), 중년의 '안경'(검찰 쪽 사람들)이 오가며 돈 또는 권력을 쥐고 여성을 유린한다.
클럽 경영진이 검찰보다 두려워하는 곳은 '국세청'이라고 한다. 고액의 술값을 현금 지불하는 일이 많다 보니 현금 매상을 숨기는 탈세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눈감아줬기 때문에 대규모 탈세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레나 전 실소유주는 거액의 탈세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VVIP보다 더 높은 VVIP가 있다는 제보도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 등이다. 이들이 강남 클럽에서 마약을 하기 위해 하루에 1억 원씩 쓰는 VVIP조차 이용할 수 없는 '비밀통로'를 이용했다는 증언도 소개됐다.
이시형 씨는 '스트레이트' 측에 "아레나(클럽)에 출입한 적 없다"라며 알려왔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아레나에서 마약을 공급하던 조모 씨는 버닝썬이 개장하자 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버닝썬 사태가 터지고 제일 먼저 구속된 것도 조모 씨다. '스트레이트'는 무언가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VVIP와 비호세력'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처럼 돈-권력-공권력 등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낸 게 강남 호화 클럽이라는 이름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아레나가 개장하면서 강남 호화 클럽은 치외법권 지역이 됐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절대 안 들어와요. 제가 아레나 1년 이상 다녀봤지만 그 안에서 그렇게 경찰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니까 너무너무 편하고 좋은 곳이구나. 그래서 더 믿음이 가는 업장이 된 거고, 아레나가."(강남 클럽 VIP 손님 C 씨)그들에게는 편한 세상이었을지 몰라도 여성과 힘없는 사람들에게 강남 호화 클럽은 전쟁과도 같은 악몽이 되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처럼 거대한 권력이 한데 모여 쌓아올린 공고한 '그들만의 세상'이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22일 방송된 '스트레이트'는 평균 6.1%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제공, 수도권 기준)을 올리며 방송 이후 역대 두 번째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국민의 모든 눈이 강남 클럽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과 검찰에 쏠려 있다. 제2, 3의 '아레나'와 '버닝썬'이 나타나지 않길 바라며 말이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VVIP와 비호세력' (사진=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