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9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대 국회에서도 처리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과는 관계없이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 때문인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이 입게됐다.
◇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조차 없는 부조리 상황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상품과 관련된 정보제공부터 시작해 판매는 물론 사후관리까지 금융소비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판매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법안이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고, 분쟁 발생시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금융사가 지도록하고 있다. 청약 철회권과 위법한 계약 해지권도 도입했다.
예를들어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키코 사태나 지난해 불거진 즉시연금 사태 등 금융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이 법안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따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18대 국회 때인 지난 2011년 7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해 왔지만 국회에서 번번히 처리가 좌절됐다.
여야 모두 해당 법안 통과를 통한 금융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와 연계돼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등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물이 있는 공산품이나 농수산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 법안이 존재하고 있는데 반해 실물도 없고 이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 법안조차 없는 부조리한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가 예정된 220호에서 문체위 회의실로 변경되어 열리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오신환 의원 등이 급히 달려와 회의장으로 입장하려 하며 국회 경위들과 충돌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여야 극한대치로 20대 국회서도 통과 힘들듯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정책의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는 등 관심이 높아지면서 법안 통과에 순풍이 부는듯 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법안 등 모두 5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실제로 해당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여야가 "금융감독체제 개편은 빼고 이견이 없는 부분만 논의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갈등이 심했던 여야가 최근 선거법 개법안과 공수처 설립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문제로 극단적인 대치상황에 치달으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무위 한 야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문제로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황에서 여당 뜻대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과시킬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대해 일부 양보할 생각도 없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향후 대치상황이 풀리더라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대치가 풀리더라도 올 하반기부터는 여야 공히 내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논의할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한게 현실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향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20대 국회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는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기본법인데 이마저도 여야의 당리당락에 따라 논의가 안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 명분은 여야 모두 내세우지만 반드시 필요한 이런 민생법안조차 외면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