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CTV 영상 캡처)
강압수사로 물의를 일으킨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과 관련해 경찰 윗선의 사건 조작으로 해석될 수 있는 동영상이 추가로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의 피의자인 A(30) 씨의 가족이 피의자 조사 과정이 담긴 광주 광산경찰서 진술 녹화실에서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경찰 윗선의 사건 조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진술 녹화실에서는 한 형사가 긴급체포된 A씨를 조사하고 있는데 또 다른 형사가 무언가가 적혀진 A4 용지를 들고 온다.
또 다른 형사는 "이런 내용을 쓰소", "더 이야기 하지 말고, 답 엎어지니까"라고 말한다.
일선 형사들이 사용하는 속칭 "답이 엎어진다"는 말은 원래 예상 각본이 짜여져 있는데 의도한 것과는 결론이 다르게 된다는 의미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담당 형사는 "상관 없어요" "물어보면서 조사하는 건데" 라고 대응하는데 문서를 전달한 형사는 또 다시 "해, 그냥 써진대로"라고 재차 촉구한다.
그러자 A씨는 "전 억울해서 계속 말을 해야 될 것 같아요"라며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한다.
녹화 영상을 보면 A씨에 대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로 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심이 든다.
이 영상은 A씨의 어머니가 재판부에 요청해 제출받은 영상으로 긴급체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광산경찰서 진술 녹화실의 진술 녹화 장면이다.
A씨의 어머니는 "영상으로 확인하다시피 진술 청취를 했던 담당 형사가 A4 용지를 받고 나서는 태도가 돌변했다"면서 "죄인으로 단정하고 조서를 꾸몄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아버지가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윗선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수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변호인이 올 때까지 조사를 중단하고, 변호인이 몇 시에 온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변호인이 오고 나서 진술 청취를 하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수사과정에서 사건 현장의 CCTV 등의 증거 확보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다음날인 10월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A 씨는 결국 구속돼 8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A씨는 1심에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A 씨는 지난 2018년 10월 28일 새벽 광주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A씨의 차량 안 등에서 여자친구 B(31·여)씨를 약 3시간에 걸쳐 감금하고 폭행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강압·부실수사에 의어 조작 수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까지는 자체 감찰은 검토하지 않는 등 뒷짐을 지고 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광산경찰서의 수사 과정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며 "완료되는 데로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수사에 과오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