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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北美 '톱다운 외교'…문 대통령 역할 촉각

통일/북한

    파격의 北美 '톱다운 외교'…문 대통령 역할 촉각

    美 '번개 회동' 제의에 北 즉각 화답…성사되면 세계사적 의미
    트럼프, 북미대화 계기 얻고 재선가도 호재…金도 밑질 게 없는 장사
    新통미봉남 기류 속 3자회동 성사 관심…文 중재자 위상 높일 기회

    (이미지=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을 가질 공산이 커지면서 주춤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은 북한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하며 '흥미로운 내용'을 언급하면서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때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고 판문점 북쪽 지역으로 못 넘어갈 이유도 없다"며 "세계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이런 개연성을 공식 부인하면서 희망적 관측으로 끝나는 듯 했다. 아직은 '적성국가' 정상끼리 사전 실무협상 없이 회동을 갖는 것도 현실성이 낮아 보였다.

    그러나 예측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SNS를 통해 '번개 만남'을 제의했고 북측도 이례적으로 즉각 화답했다.

    북한은 최선희 제1부상 담화를 통해 "공식 제기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분단의 선에서 조미(북미) 수뇌의 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 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불과 이틀 전 같은 외무성 실무자 명의 담화에서 미국 측의 '가증스러운' 행태를 비난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북미관계의 이런 급진전은 양국 정상의 국내 정치적 압박 요인에 따른 '톱다운 외교' 재가동을 의미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미정상 회동을 공식 부인해놓고도 불과 며칠 만에 SNS를 통해 번복한 것은 그의 독특한 개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고 북측과의 물밑조율이 최근에야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심지어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는 '깜짝 방북'까지 이뤄진다면 희대의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종전(평화) 선언이라도 제의하게 된다면 냉전의 마지막 장벽을 부순 세계사적 순간이 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나,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에게 "이 장벽을 허무시오"(Tear down this wall)라고 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1987년 서독 연설에 못지 않은 사변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의 5센티미터 높이 경계석은 강력한 정치적 소품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강력한 계기와 당위성을 부여 받고 미국 조야의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일거에 불식시키면서 재선 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란 핵합의 파기에 따른 딜레마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는 것은 물론 10월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도 기대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판문점 북미 회동은 밑질 게 없는 장사다.

    즉흥적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의에 선뜻 응하는 것이 다소 위신이 상할 수는 있지만 내실 면에서는 불감청 고소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2분짜리 만남'이라도 좋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단지 2분 회동을 위해 움직일 리는 만무하다. 북측이 최선희 부상을 통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그 이상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미 정상이 만날 경우 악수만 하고 끝나지는 않을 것이고 최소한 향후 실무협상 일정 정도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으로선 설령 인사치레 만남이 된다해도 '하노이 노딜'의 상처를 씻고 북미대화를 재개할 명분과 동력을 얻게 된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이미 넘나들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행보도 초미의 관심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잇단 남북정상회담 제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급기야 최근에는 북미대화에 참견하지 말라며 '신(新) 통미봉남' 기류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통해 전해진 김 위원장의 의중은 "한국과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치 않을 것"이란 점이 확인됐다. 북측이 남북미 정상의 3자 회동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 때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을 빼놓고 북미 정상만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식의 회동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실무준비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전날 한미 정상 만찬에 참석 예정이었음에도 불참한 것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어떤 경우가 됐든 북미 회동 성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 하에 실용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나 하노이 같은 제3지역이 아닌 판문점에서의 북미 회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중재자 겸 당사자 역할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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