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스티브 승준 유(한국명 유승준)씨가 비자(사증) 발급을 거부한 영사관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으로 입국할 길이 열렸지만, 실제 입국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법원은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영사관이 2002년 2월 내려진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을 유일한 이유로 13년 7개월이 지난 2015년 9월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영사관이) 발급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재외공관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영사관이 비자 발급 거부를 문서로 통보하지 않고 전화로 알린 점은 절차 위반이라고도 밝혔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은 유씨에게 긍정적이고,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만큼 영사관이 또다시 발급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다.
특히 대법원은 "입국금지결정은 유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병역 의무를 면했음을 이유로 병무청장 요청에 따라 이뤄진 제재조치"라며 "13년 7개월이 지나 이뤄진 거부 처분이 비례 원칙에 반하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현행법이 재외동포의 한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만큼, 기한을 정하지 않은 입국금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대법원 판단에도 유씨가 당장 입국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대법원 취지에 따라 이어질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판결이 확정돼야 한다.
확정되더라도 유씨가 비자를 받으려면 영사관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입국금지결정이 아닌 또다른 이유로 비자발급을 재차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재외동포법상 대한민국 안정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체류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여기에 병역을 기피한 유씨의 입국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여전히 우세한 점도 부담이다.
지난 5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유승준의 입국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p포인트)한 결과 '대표적인 병역 기피 사례이니 입국을 허가하면 안된다'는 응답이 68.8%로 집계된 바 있다.
대법원 판단이 나온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승준의 입국을 다시 금지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진행 중이다.
또 외국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과 관련한 세금 논란이 불거진 점 등도 유씨에게 불리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