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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3국 중재위'요구…'대법 판결 잘못' 인정하라는 꼴

국회/정당

    日 '제3국 중재위'요구…'대법 판결 잘못' 인정하라는 꼴

    野 일각에서 日 요구 검토해야 의견...與"해결 답 될 수 없어" 온도차
    외견상 갈등해결 조정이지만 실제론 손해 뿐인 카드..."당연한 외교적 선택"
    일본도 2011년 우리 정부의 협의 요청 응하지 않아
    "지금은 잘잘못 따질 때 아냐...다각도로 협력 방안 찾아야"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의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 시한이 18일로 끝나면서 우리 정부의 거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정부는 시한일인 18일에도 자정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앞선 16일 중재위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일찍이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정치권에서는 당장의 일본 경제 제재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 하기 위해 일본의 중재위 제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었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965년 청구권협정에 보면 양국의 해석 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생긴 경우 제3국 중재위원회가 하나의 방법으로 예시가 돼 있다"며 "일본에서 말하고 있는 것도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야당에서 검토를 요청한 (강제징용 판결) '제3국 중재위'는 일본의 국면 전환용 카드로, 문제 해결의 답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당 유 의원의 주장대로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갈등조정을 위한 일본의 요청이라면 왜 우리는 이를 받을 수 없는 걸까?

    실제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청구권협정)은 분쟁 해결 절차로 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 직접 지명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을 앞세운 중재위 구성 등 3단계(3조 1~3항) 절차를 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학계와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 중재위를 받는 것은 실리가 없고, 오히려 우리 재판부의 재판 결과를 부정할 수 있는 '손해'만 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우리 정부의 판단은 실리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외교적으로 제 3국을 포함한 중재위를 구성하는 것은 문제 당사자인 양측이 상호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을 함의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로서는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이 점을 인정해서 중재위를 구성한다 쳐도 제 3국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중재 결과도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중재위 구성 요구는 한국에 손해는 확실하지만, 실리는 불확실한 카드였던 셈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궁영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분명하다면 문제를 인정하는 마이너스를 감수하더라도 중재위에 응하겠지만 객관적으로 실리를 얻을 확률도 확실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재위 구성 요청을 요구하고 여기에 응하지 않는 것은 각 국이 가지는 당연한 외교적 권리라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도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외교적 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물론 중재위 구성에 응한다면 지금 당장 갈등 국면에서 휴전기나 냉각기를 가질 수는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협상 창구를 당장 여는 행위여서 일본의 경제제재를 당분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기적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 3국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은 국제기구가 발달되기 전 6~70년대 외교기법이어서 지금의 급한 불을 끄겠다고, 공신력이 없는 제 3국 중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대 이원덕 일본학과 교수는 "3국 중재를 우리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국내부터 나올 것"이라며 "중재위 절차는 국제기구가 발달되기 전인 6~70년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누가 잘못했다, 아니다'같이 협정이나 재판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것은 국제 관계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 중재위를 열어서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란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과 공식 비공식 절차를 통해 접촉을 하고, 균열을 봉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충고다.

    남궁 교수는 "누가 옳다 그르다 접근은 현명치 않다"면서 "잘잘못을 따지는 방식은 서로에게 승복 없이 앙금만 남길 뿐이다. 상호 실리를 찾을 수 있는 협력방안을 끊임 없는 대화로 찾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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