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쇼핑몰 여자화장실 안에서 '몰카'를 찍은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이 발견됐지만, 보안직원이 이 남성을 그냥 돌려보내고 신고 여성에게 "성추행이라도 당했냐"고 면박을 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오전 영화를 보기 위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을 찾은 A(28·여)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옆 칸에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영상을 찍는 듯한 휴대전화 조작음을 들었다.
놀라서 곧바로 뛰쳐나온 A씨는 옆 칸이 잠긴 것을 확인한 뒤 문을 발로 차며 "안에 남자가 있으면 나와라"라고 소리쳤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A씨는 옆에 있던 청소부에게 "안에 남자가 있는 것 같다"며 보안직원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뒤늦게 도착한 보안직원의 대처는 상식 밖이었다.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잠겨 있던 문을 열고 유유히 나와 사과 없이 손까지 씻고 가는데, 해당 직원은 "왜 들어왔냐" 등 몇 마디만 묻고 그냥 돌려보낸 것이다.
'남성이 약 1시간 가까이 화장실에 머무른 것 같다'는 다른 직원의 증언도 나왔지만, 휴대전화 확인은 커녕 인적사항을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보안직원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에 격분한 A씨는 직접 남성을 그제서야 쫓아갔지만 이미 멀찍이 떠나간 뒤였다.
A씨는 해당 직원에게 "왜 남자를 그냥 보냈냐"고 따졌지만, 돌아온 답변은 "나는 남자가 손을 씻고 있는 것만 봤고 나가달라고 조치했다"는 것이었다.
이 보안 직원은 나아가 A씨에게 "성추행이라도 당했냐", "몰카라도 찍혔냐", "괜히 일을 벌리지 말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A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범죄 의심 남성을 순순히 보내준 직원의 안일한 대처에 황당해 했지만 해당 직원은 여전히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경찰은 "남자가 여자화장실인 줄 알고도 들어왔으면 범죄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어떻게 하냐"며 "인적사항이라고 확인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직원은 "남성을 끌어냈고 그게 전부다. 내가 일반인으로서 더 할 일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같은 승강이가 10여 분 정도 이어진 뒤 결국 어떤 추가 조치도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A씨는 아이파크몰 고객센터에 여자화장실 '몰카 피해'가 우려되니 임시 폐쇄조치를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아이파크몰은 CBS 취재가 이뤄지고 나서야 뒤늦게 A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사건발생 후 나흘이 지난 16일 A씨에게 대처가 미흡했다는 사과와 함께 "해당 직원에 대해 일시적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피해 신고에 대해 모든 절차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