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홈경기에 등판하는 콜로라도 선발투수는 예나 지금이나 승리를 노리기보다는 그저 상대 선발투수보다 더 잘 던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들어가야 한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구단 홈페이지 뉴스 코너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문장이다. 1610m의 높은 해발 고도와 낮은 공기 저항, 투수가 던진 공의 변화를 줄고 타구 비거리는 늘어난다. 콜로라도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한국시간으로 1일 새벽 4시10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에 나란히 선발 등판하는 류현진과 헤르만 마르케즈는 비교적 최근 '투수들의 무덤'의 악몽을 체험한 선수들이다.
류현진은 지난 6월말 콜로라도 원정에서 홈런 3개를 얻어맞으며 4이닝 9피안타 1볼넷 7실점을 기록해 패전투수가 됐다.
올해 20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이 한경기 3자책점 이상을 허용한 유일한 경기가 쿠어스필드 원정이었다.
콜로라도 투수 마르케즈도 최근 악몽을 경험했다. 지난 7월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더블헤더 첫 경기에서 2⅔이닝 11피안타 11실점으로 부진했다.
두 선수는 쿠어스필드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고 빠르게 반등했다.
류현진은 이후 4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인상깊은 호투를 선보였다.
마르케즈의 부활은 더 극적이었다. 만만치 않은 뉴욕 양키스 원정과 신시내티 레즈 원정에서 연거푸 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2연승을 달렸다.
류현진은 약 한달만에, 마르케즈는 약 보름만에 다시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오른다.
올시즌 평균자책점(1.74)과 승률(11승2패, 84.6%)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류현진은 유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다. 또 한번 찾아온 '투수들의 무덤' 고비를 넘긴다면 수상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류현진은 통산 콜로라도 원정 5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9.15로 부진했다.
류현진의 최대 난적은 콜로라도의 간판 타자 놀란 아레나도다. 그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타율 0.609(23타수 14안타), 4홈런, 2루타 4개, 10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쿠어스필드 맞대결 때 1회부터 투런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타율 0.500(10타수 5안타), 2루타 3개, 4타점을 기록한 이안 데스먼드도 경계해야 할 상대다.
11실점 악몽 이후 3경기만에 다시 쿠어스필드로 돌아오는 마르케즈의 활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르케즈는 올시즌 23경기에서 내셔널리그 최다인 144이닝을 소화한 '이닝이터'다. 시즌 전적은 10승5패 평균자책점 4.88.
그가 초반에 실점을 하더라도 마운드에서 최대한 버티는 사이 타선이 분발해 경기 양상을 치열하게 끌고가는 경우가 많았다.
류현진은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법을 들고 쿠어스필드를 방문할 것이다.
류현진은 최근 땅볼 유도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콜로라도 원정 이후 땅볼/뜬공 비율(1.72)은 이전 기록(1.09)을 크게 뛰어넘는다. 쿠어스필드에서 뜬공 타구의 비율만 줄일 수 있어도 투수는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1일 선발 대결은 '버티기'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