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참석자들이 '日 아베정권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규탄 긴급기자회견' 열고 있다. 이한형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더욱 강하게 응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그동안 벌여왔던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이번 무역보복 조치를 계기로 보다 높은 강도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자체·시민단체 즉각 반발... "우리도 일본 화이트리스트서 제외"
일본 아베 정부는 2일 오전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4일 한국에 수출하는 3개 품목에 대해 규제 조치를 내린 것에 이은 '2차 경제보복'을 강행한 셈이다.
우리 정부도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표 직후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하겠다"고 응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682개 단체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일본은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경제·군사적 하위 파트너로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무역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울산‧인천‧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도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대해 규탄하고 나섰다.
지자체도 일본의 결정에 반발했다. 서울 강남구청은 아베 정부의 결정을 "세계적인 자유무역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경제 침탈 선언"이라 규정하고 강남구 대로에 걸려 있던 일장기를 모두 철거했다.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강남구청 관계자가 강남구 일대에 게시된 만국기 중 일장기를 철거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일본제품 안 입고 안 먹고 안 본다"…네티즌들 "불매운동 강도 높일 것"일본의 결정은 지난달부터 이어져 온 반일 불매운동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 한 달 동안 반일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매출이 약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라면·맥주 등의 매출 역시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일본 제품을 안 먹고, 안 입는 것을 넘어 '안 본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오는 14일 개봉 예정이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가 일본 정부의 결정 이후 개봉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발표 직후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에는 "더 가열차게 불매운동을 해야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응수하자"는 등 댓글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 日결정에 "적반하장" 분노, 극한 치닫을까 "우려" 공존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결정을 두고 시민들은 분노와 동시에 우려를 나타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천정영(62)씨는 "일본이 과거 침략에 대해 사과도 안 한 상태에서 경제적으로 무역보복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 대 강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웅조(65)씨도 "일본은 한국을 경제속국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일본의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필요하면 국교를 단절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과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을 경우 결국 피해는 한국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정모(63)씨는 "괘씸한 마음에 울분은 터지지만 극한으로 치닫는 건 좋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위치상 여기저기 침략을 받긴 하지만 적당히 물러설 줄도, 나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