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둔치도에서 강변을 불법 매립해 텃밭을 만든 모습.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부산 서낙동강 일대에서 불법매립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습지와 갈대가 사라지는 등 자연 훼손이 이어지고 있다.
관할 구청은 불법매립을 수시로 단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곳을 오랫동안 감시해 온 시민단체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낙동강과 맞닿아 있는 부산 강서구 둔치도 일대에서는 흙이나 각종 폐기물로 강변을 메워 텃밭이나 차량 회차지 등 사적 용도로 쓰는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둔치도 서편에는 갈대가 덮여있어야 할 강변에 누군가 흙을 부어 텃밭을 만들고 파를 심어뒀다.
텃밭 경계부를 조금 파 보니, 공사장에서나 볼 법한 타일 조각과 벽돌이 나온다.
강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누군가 공터에 강을 메우기 위해 자갈과 흙을 무덤처럼 쌓아뒀다.
불법 매립을 위해 자갈 등을 쌓아둔 현장. 이 땅도 불법매립한 곳이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둔치도를 십여년 째 감시 중인 부산지역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시환 운영위원은 "이 흙을 쌓아둔 땅 역시 원래는 갈대가 덮인 습지였다"면서, "5~6년 전 불법매립이 적발돼 한차례 원상복구를 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메우기 시작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흙이나 각종 폐기물로 강을 조금씩 메워 차량 회차 지점이나 낚시터로 쓰는 등, 땅을 개인용도로 쓰는 곳은 둔치도에서만 불과 2시간 만에 십여 곳 발견할 수 있었다.
불법매립으로 강폭이 좁아지면 우기 때 하천 범람 위험이 커지고, 강변에 있던 갈대가 사라져 개개비·해오라기 등 철새는 갈 곳을 잃는다.
관할 구청은 강변 불법매립 현장을 발견하면 즉각 원상복구 명령, 변상금 부과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며 감시하고 있으며, 계고하면 고발을 두려워해 거의 원상복구가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흙과 자갈 등으로 땅을 메워 넓혀놓은 모습(아래). 원래는 윗쪽 모습처럼 갈대 등이 우거져 있는 형태였다. 이 같은 모습은 둔치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그러나 환경단체는 직접 현장 사진을 찍어 구청에 신고해도 별다른 조처가 없다고 지적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박중록 위원장은 "올해 봄 덤프트럭으로 흙을 붓는 현장을 구청에 신고했는데, 지난달 다시 가보니 단속은커녕 돌로 축대를 쌓아 작업을 마무리했다"면서, "10년 전부터 전화나 공문으로 구청이나 부산시에 대책을 촉구해왔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관리 체계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