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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월드컵 1승…남자농구의 가능성과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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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만에 월드컵 1승…남자농구의 가능성과 과제는?

    한국, 농구월드컵 순위결정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 승리
    1994년 캐나다 대회 이후 25년 만에 농구월드컵 '1승'
    부상자 4명 공백…라건아 필두로 박찬희·허훈 맹활약
    세계의 벽 실감…어렵게 쌓은 경험 발전 자양분 삼아야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허훈과 이승현(사진 왼쪽부터)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아직 승리가 없는 팀들의 대결이었지만 코트디부아르에 맞서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게는 중요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비록 상위 라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부상자는 많았지만 국내 농구 팬에게 농구 월드컵 1승을 선물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한국 남자농구가 무려 25년 만에 농구 월드컵에서 승리를 따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 농구 월드컵 17~32위 순위결정전 2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 80대71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를 상대한 조별리그에서 전패를 당한 한국은 17~32위 순위결정전 첫 경기에서 개최국 중국에 아깝게 패하면서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이정현과 이대성, 김종규, 정효근이 부상을 당해 남은 8명으로 코트디부아르에 맞서야 했다.

    그러나 개인기 위주의 단조로운 농구를 펼친 코트디부아르는 반드시 1승을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했던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국은 한때 25점차로 크게 앞서는 등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라건아가 26점 16리바운드 3블록슛을 올리며 활약했고 베테랑 가드 박찬희는 이정현과 이대성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14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허훈의 팀 기여도 역시 높았다.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허훈은 과감한 돌파와 외곽슛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며 16점을 보탰다. 3점슛 7개를 넣어 4개를 성공했다. 허훈의 3점슛은 한국이 승기를 잡는 과정에서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1승4패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이 과거 세계선수권으로 불렸던 농구 월드컵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지난 1994년 캐나다 대회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순위결정전에서 이집트를 꺾었고 이후 농구 월드컵에서 14연패를 당했다.

    한국은 전반을 50대30으로 마쳐 승기를 잡았다. 3쿼터 들어 점수차는 더 벌어졌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높이는 분명 위력적이었다. 한국은 무려 18개의 공격리바운드를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공격리바운드 허용 이후 내준 점수가 10점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의 기록과 같다. 공격리바운드를 빼앗긴 후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게 컸다.

    한국은 막판 추격에 시달렸다. 백코트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4쿼터 1분여를 남기고 71대78로 쫓겼다.

    하지만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의 골밑 공세를 막아냈다. 반복된 공격리바운드와 슛 시도를 모두 차단하는 결정적인 수비를 해냈다. 이후 허훈이 속공 득점을 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코트디부아르는 5전 전패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 남자농구의 가능성과 과제

    특별 귀화 선수 자격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라건아는 공식 신장이 199cm로 이번 대회에서 맞붙는 빅맨들에 비해 다소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라건아의 존재로 남자농구는 고질적인 약점인 높이 열세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었다.

    라건아는 이틀에 한번씩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 대회 출전시간 2위(36.1분), 평균 득점 2위(23.0득점), 리바운드 1위(12.8개)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공격리바운드 이후 득점을 의미하는 '세컨드 찬스 포인트'에서 한국은 이번 대회 평균 9.6점을 넣었고 11.8점을 내줬다. 득실점 차이는 -2.2점. 5년 전 스페인 대회에서 기록한 '세컨드 찬스 포인트'의 득실점 차이(-7.4점)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한국은 저우치와 이젠렌, 왕저린 등 장신 센터가 즐비한 중국과의 순위결정전에서 오히려 2배가 많은 '세컨드 찬스 포인트(한국 17점 중국 8점)'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골밑 열세는 다른 곳에서 그 여파가 드러났다. 김상식 감독은 4개국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골밑 수비에 집중하다 외곽슛을 많이 얻어맞았다"고 말한 바 있다. 농구 월드컵에서도 골밑 약점을 메우기 위해 힘쓰다가 외곽 수비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적잖았다.

    깊은 헷지(hedge)와 스위치 수비가 요구되는 현대 농구에서 빅맨의 외곽수비시 기동력과 적극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라건아는 다소 소극적이었고 그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로테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승현이 공수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라건아의 파트너 역할을 잘해냈다. 이번 대회의 소득 중 하나다.

    하지만 대표팀으로서는 기동력이 좋은 김종규가 컨디션 저하로 인해 오랜 시간 출전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을 것이다.

    한국 남자농구는 농구 월드컵을 통해 또 한번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만약 대회 전 세계적인 팀들과 평가전을 치를 기회가 더 많았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농구 팬들이 많다.

    김선형과 이대성, 허훈 등 대표팀의 가드진은 강팀들을 상대하면소 다소 기복을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향후 개인 기량의 발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기술이 뒷받침되면 높이를 비롯한 여러 약점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선수들이 자신있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환경과 전술적인 보완도 필수다.

    대표팀은 대회 내내 슛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렵게 만든 기회에서 오픈슛을 놓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보였다. '언더독'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과 부상 악재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개최국 중국과의 경기는 비록 졌지만 향후 아시아 무대에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반드시 다음 대표팀에게 연결해줘야 한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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