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SK 와이번스 덕아웃 (사진=연합뉴스 제공)
디펜딩 챔피언이자 시즌 중후반까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SK 와이번스의 추락은 올시즌 KBO 리그의 가장 큰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SK의 가을 여정이 3경기 만에 끝났다. SK는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플레이오프 원정 3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대10으로 크게 졌다. 3경기 연속 패배로 탈락이 결정됐다.
끝내 타선이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SK는 1회초와 3회초 키움의 왼손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를 공략해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적시타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키움은 3회말 이정후와 박병호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았다. 4회말 1점을 추가한 키움은 5회말 타자일순하며 대거 5점을 뽑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SK로서는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연장 11회 접전 끝에 0대3으로 졌던 1차전 결과가 뼈아팠다.
SK는 2차전에서 모처럼 타격전을 했다. 먼저 3점을 뽑으며 앞서갔지만 선발 산체스의 교체 타이밍 실수로 인해 흐름을 내준 끝에 7대8로 패했다.
SK 타선은 3차전에서도 무기력했다. 물량공세가 가능한 불펜을 확보했고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키움에게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SK는 정규리그 마지막 순간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SK는 8월15일까지 2위 키움에 7.5경기차, 3위 두산에 9.0경기차 앞서있었다. 5월말부터 부동의 1위를 지킨 SK의 정규리그 우승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후 두산이 상승세를 탔지만 SK가 안정적으로 승률 관리만 해도 1위 수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타자들의 집단 슬럼프가 본격화되면서 판이 흔들렸다.
SK는 정규리그 막판 32경기에서 14승18패에 그쳤다. 이 기간 SK의 평균득점은 3.5득점. 순위 경쟁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진데다 새 얼굴을 많이 기용한 삼성(3.8점), 한화(3.5점), KIA(3.2점), 롯데(2.4점) 등 하위권 팀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두산이 정규리그 마지막 날 박세혁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NC 다이노스를 잡으면서 KBO 리그 역사상 최다인 9경기차 1위 역전극이 연출됐다.
정규리그 80승에 선착하고도 사상 첫 1위 등극에 실패, 플레이오프 무대로 내려온 SK는 그래도 단기전이 시작하면 새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의 기대와는 달랐다. 수많은 득점권 기회를 놓치는 등 중심타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최정을 비롯해 타선은 시리즈 내내 기복을 보였다. 마운드의 힘 대결에서도 키움에 밀렸다.
정규리그 막판 심각한 부진으로 인해 다잡았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친 SK로서는 단기전 첫 경기에서 어떻게든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염경엽 감독은 "분위기를 가장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