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조상우 (사진=연합뉴스 제공)
키움 히어로즈의 파이어볼러 조상우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가 얼마나 '극한 직업'인지 보여줬다.
조상우는 LG 트윈스를 만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대0으로 팽팽하던 7회초 2사 1,2루에 등장했다. 키움은 거포 페게로를 상대로 왼손투수가 아닌 강속구 오른손투수 조상우를 선택했고 결과는 삼진. 원포인트릴리프의 역할을 100% 수행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3대4로 뒤진 9회초 올라왔다. 조상우의 임무는 추가 실점을 막고 버티는 것. 키움은 9회말 서건창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이닝을 끌고가는 역할을 맡은 조상우는 2이닝을 책임졌다.
조상우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키움이 6대5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1사 1루에서 등판해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고 홀드를 따냈다.
조상우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대0 균형이 이어진 6회말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SK 와이번스의 중심타자들을 상대했다.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키움이 경기 중반 큰 고비를 넘긴 장면이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6대6 동점이던 7회말 무사 1,3루에서 등판했고 1루주자의 도루로 2,3루 위기에 몰렸다. 김강민이 내야땅볼을 쳤지만 유격수 김하성이 공을 살짝 더듬어 3루주자의 득점을 막지 못했다.
조상우는 이후 한동민과 최정을 연속 삼진 처리하고 추가실점을 막았다. 이는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조상우가 막아준 게 컸다"고 말했다.
불펜투수가 승부처에서 주자가 있는 가운데 등판해 상대 중심타자를 상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키움은 불펜 최고투수를 마지막 이닝까지 대기시키지 않고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 적극 활용해 효과를 봤다. 이 과정에서 조상우의 탈삼진 능력은 크게 빛을 발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불펜투수를 맡는 두산 이용찬 (사진=연합뉴스 제공)
2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9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키움에 맞서는 정규리그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이용찬에게 이와 비슷한 임무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
이용찬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선발투수를 맡았다.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10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불펜에 들어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용찬의 구위가 가장 좋다며 신뢰를 보이고 있다. 과거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경험도 있다.
두산의 마무리 투수는 이형범이다. 올시즌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했다. 탈삼진 능력(61이닝 31탈삼진)이 뛰어나지는 않다. 이용찬은 이형범과 함께 두산의 뒷문을 지키면서 급한 승부처에서 등판하는, 조상우와 비슷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투수 14명을 활용하고 있는 키움은 물론이고 투수 13명을 엔트리에 등록한 두산 역시 마찬가지로 선발투수가 힘이 떨어지고 상대 타선이 투수의 공을 파악했을 때 불펜 투입 시기를 얼마나 적절하게 파악하느냐가 시리즈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두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안정감이다. 10개 구단 중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이는 투수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에이스 린드블럼의 존재감은 두산 전력의 상수다. 포수 박세혁 역시 양의지의 FA 이적 공백을 잘 메우며 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관건은 타격이다. 두산의 정규리그 팀 타율은 0.278로 키움(0.282)에 이어 공동 2위다. 파워는 예년에 비해 다소 줄었다. 무엇보다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왼손투수 상대 OPS(0.668)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키움 1차전 선발은 좌완 요키시다.
키움은 상승세를 타고 있고 플레이오프를 3경기 만에 끝내면서 불펜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박병호, 서건창, 이정후, 김하성 등 뜨거웠던 중심타선의 위력도 무시무시하고 포수 이지영은 올해 가을무대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다소 부진했던 샌즈의 부활 여부가 키움 타선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