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박건우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박건우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24타수 1안타에 그쳤다. 고비 때마다 타석이 돌아왔지만 한번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두산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온 SK 와이번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박건우는 "나 때문에 우승이 날아갔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움에 빠졌다.
박건우의 2019 KBO 한국시리즈 출발도 좋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2차전 8회말 타석 전까지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외야에서는 좋은 수비력을 자랑했지만 좀처럼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 1년 전의 악몽이 여전히 머리 속을 사로잡았다.
박건우는 팀이 2대5로 뒤진 8회말 1사에서 마침내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때렸다. 두산은 상대 실책에 편승해 1점을 뽑았고 박건우가 귀중한 추격의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짜릿한 끝내기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은 9회말 김재호의 적시타와 대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로 5대5 동점을 만들었다. 박건우는 계속된 1사 2루에서 한현희를 상대로 끝내기 중전안타를 때려 두산의 6대5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건우는 경기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박건우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잖았다고 밝혔다. "내가 욕먹는 건 괜찮지만 주위에서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으니까 그게 미안해서 많이 힘들었다"며 "나로 인해 한경기라도 이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8회말 첫 안타를 때렸지만 홀가분한 마음을 누릴 여유는 없었다. 9회말 끝내기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박건우는 "와, 이런 상황이 나한테 오는구나, 부담이 많았다. 그래도 동점이 됐고 다음 연장전이 있으니까 선수들을 믿고 하려고 했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우승한 것도 아니고 눈물을 보이기 싫었는데 작년부터 너무 못했고 나 때문에 우승도 날아갔고 그런 것들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 2승 남았지만 오늘은 도움이 된 것 같아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박건우는 "아직 만회하려면 멀었다. 많은 경기가 남았고 해야 할 경기가 많다. 이 경기로 부진에서 벗어났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앞으로도 잘해서 큰 경기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